한 때는 바다 밑 모래밭을 기어 가거나
진흙이나 갯벌에 몸을 숨겨 움직였으나
조가비 안에 있을 때라야 조개지
이제 아무도 조개의 횡보를 기억하지 않는다
씻고 물을 뺀 다음 소금에 절여
뚜껑 밑을 꼭꼭 동여매 공기를 차단하고
안에서 묵묵히 시간을 견디며 삭고 삭아야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짭조롬한 참맛이 된다
통기通氣와 잡것들은 막아내고
바다의 속살을 삭히고 삭고 더 곰삭혀야
밥맛 떨어진 사람들 입맛 다시게 할
정갈하고 곰상한 밥상의 밑반찬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