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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Sep 22. 2022

호박씨 까는 늙은 호박

야 야 호박꽃도 꽃이냐

밥 먹듯이 야유를 받으며

열매도 시원찮은 것이

낯짝만 반반하면 다 꽃이냐

장미꽃을 시기하면서 

보드랍고 매끈한 애호박 하나

여린 꼭지에 달고 있다가


까끌한 호박잎 그늘에 숨어 

용케도 아이들 말뚝박기나

농부의 어두운 눈을 피해

 잡히지 않고 살아남아

놀부 심보보다 질기고

뺑모 양심보다 더 두꺼운

노랑 주름 철갑을 둘렀다


날카로운 칼도 쉬이 어쩌기

어려운 뻔뻔한 껍질 아래

붉고 달고 뜨거운 속살과

달뜬 숨결을 숨기고 뱉어

흥부네 제비를 비웃으며

뒷구멍으로 호박씨 까며

밤을 새우는 늙은 호박들 

구시렁거리는 재미를 누가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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