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라고
이제 가야 하는 시간이라고 외치는데
발걸음은 쭈뼛쭈뼛 더디고
멈추라고
지금은 멈추어야 할 때라고 속삭이는데
제때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
젊어서는 자주 출발 신호를 놓치고
나이 들어 점차 정지선을 넘다가
늙어서는 신호를 읽지 못할 때가 있다
제대로 산다는 것이란
가고 멈추고 오르고 내릴 때를
날카롭게 알아차리는 일인데
오르는 일의 기쁨에 빠져
내려오는 길을 가볍게 여기거나
쉴 때와 내려올 때를 놓쳐
번번이 넘어지고 다치게 되니
마음을 놓치지 마라
신호등이 깜빡거리며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