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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Sep 24. 2022

노인과 바다 그리고 꽃

순하게 젊었을 적에는 노인과 바다에서

수평선의 망망茫茫에도 흔들리지 않는

팔팔한 불굴의 청년年을 보았으나


세월 지나 흐린 눈으로 다시 책을 읽으니

죽일 듯 넘실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뜯긴 

물고기를 바다에 두고 잠자리에 드는 달관이 보였다


얻으면 는 것이 세상 이치지는 알 수 없으나

체념을 넘어 구원은 어떻게 오시는 것인지

고요한 바다는 노인에게 가르치지 않았고


미치도록 사랑하며 한평생 바다를 오갔어도

내년 이맘때 이 바다에 다시금 올 수 있을

노인은 울고 있는 바다에게 새삼 묻지 못했


피는 꽃에게 지는 꽃의 운명을 묻지 않듯이

검버섯 노인도 바람 속에 살 마른 고요를  

뼈마디를 갈아 넣은  바다의 세월을 원망하지 않았다


숨 가쁜 바다는커녕 백사장에서 비겁 나는

마른 꽃잎을 달고 있는 해당화 꽃자루를 보고

너는 붉은빛을 잃고도 그리 당당한가 묻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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