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라도 한 잔 하면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언제나 불리는 아버지의 타향살이*는
자식들 마음에 인 박힌 정서가 되었다
고향 떠나 수십 년에 청춘은 가고
굴뚝새 돌아올 때 낮게 낮게
노랫자락 청솔가지 저녁연기에 깔리면
노을은 술잔에 누룩처럼 뜨고
어린 마음들은 슬픔으로 물이 들었다
사리원 고향집 마당가 버드나무 마냥
올봄에도 이곳의 왕버들은
푸르고 늘어져 살랑살랑 춤을 추지만
아무것도 내 것이 되지 못하는 타향에서는
좋은 일도 신나는 노래가 되지 못했다
부평초 신세 한탄은 아버지의 기타 가락에 실려
북녘으로 멀리멀리 퍼져 날지 못하고
하루하루 한평생 남녘에서 속 타는 그리움은
어린것들의 평생에 깊은 우울증이 되었다
*타향살이 : 고복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