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지나 산 넘고 물 건너 어렵사리 왔는데
너는 집안에서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느냐
손 까부르며 불러대는 봄의 성화에 못 이겨
시집 몇 권 들고 나와 어설프게 공원에 앉았다
바야흐로 꽃들의 태평성대 색깔과 웃음으로 빛나고
바람은 꽃향기 폴폴 날리며 날아가는 동안
이동순의 시*는 바람의 땅 타클라마칸을 넘어
모래의 망망대해 고비사막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린이 추위가 젊은이 추위로 바뀌는 동안에도
슬픔이 운명을 다독이는 서역 땅 악사의 노래 속에
낙타와 노새의 슬픈 방울 소리는 사막을 가로지르고
손님을 기다리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어린
낙타 몰이꾼의 머리 위에서 별들이 졸고 있었다
커피 생각에 퍼뜩 얼굴을 든 순간
나뭇가지에 숨은 새들의 노래가 시끄럽구나
학교는 지금 몇 교시일까 문득 생각하다가
서생원이여 이제 학교의 종소리 따위는 잊고
꿈틀대는 대지의 토막나지 않은 소리를 들으라
까불며 떠드는 새들이 핀잔을 하고 있다
* 이동순 시집, 마음의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