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8

-흐르지 않는 강을 위하여

by 전종호

이제 강은 얼지 않는다

동무들과 조마조마 가슴 쓸어내리며

언 강을 건너 학교 가던 일은 추억이 되었다

이제 한겨울에도 얼지 않으므로

우수가 되어도 풀리는 강물은 없다

이제 강은 흐르지 않는다

대나무 마디마디처럼 댐으로 갇히고

보로 나뉘고 하구는 둑으로 막혀

바다가 되고 싶은 강의 꿈은 이루지 못한다

더러운 것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장마철 범람의 장관도 더는 볼 수 없다

흐르지 않으니 이제 강은 울지 않는다

흐르는 강물을 쓸쓸히 지켜보거나

쪼그리고 앉아 강울음을 듣는 사람은 없다

강을 물 담는 커다란 항아리로 생각하는

돈의 유령이 강을 떠돌 뿐

흐르는 강물을 보며 가슴 조리는 시인은 없다

흐르지 않는 것을

흘러가며 울지 않는 것을

흐르고 흘러도 바다에 닿지 못하는 것을

흘러도 대지를 적시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을

어찌 물이라 강이라 사랑이라 할 수 있으랴

강은 흘러야 하고

흘러 흘러가며 흥얼거리는

강물의 노래는 계속되어야 한다

흥겨운 강의 노래 따라 부르며 손뼉 치는

갈대와 철새들의 합창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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