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시앗을 보았습니다
시집간 딸이 또 딸을 낳았습니다
웬수 같던 서방이 바다에 나갔다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방도 없는 시집살이가 너무 고됩니다
노망난 시어머니는 죽지도 않습니다
눈물과 분노가 켜켜이 쌓여서
썩어가는 시커먼 속내를 싸 들고
여인들의 신 본향당 할망께 와서 빌고
주먹으로 탕탕 가슴을 치며 또 빌었습니다
속을 열어 털어낼 것들이 많을수록
하얀 소지素紙를 수십 장 가슴에 대고
울며불며 속엣것을 다 토해내면
눈물과 하소연이 흠뻑 땅을 적시고
눈물 배 누런 소지를 가지에 걸어 두면
할망이 읽고 하나하나
한 많은 이 년의 소원을 풀어 줍니다
울고 빌어 속이 가벼워질 수 있도록
당나무 앞에 촛불을 밝히거나
물색천을 나무에 걸어 두거나
색동 치마저고리나 쌀 한 말 바치오니
이 갈가리 찢어진 심정을 안아 주옵소서
이레날마다 열리는 여성의 지성소至聖所
팽나무숲이 눈물의 바다로 넘실거립니다
이렛당* 이레마다 열리는 굿당
폭낭* 팽나무의 제주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