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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Sep 29. 2022

늙은 부부

홀로 함께 말없이 마을을 지고 선

동구 밖 등 굽은 소나무 숲에서

살아온 날 헤아리며 함께 맞는 푸른 밤     


둥지에 숨어 서로 목 털을 쪼아주고

추운 밤 부리 비비며 견디는 부부 새처럼

굽이굽이 사행천 시린 삶을 베고 함께 눕는다

    

간밤에 함께 누워 같은 꿈을 꾸었을까마는

아이들 살아갈 길은 아직 까마득하고

먼 데서 학교 다니는 아들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시집간 딸은 오늘도 제 딸과 다투며 잘 지냈을까     


귀와 눈은 점점 어두워 가고

일하는 시간은 길고 나누는 이야기는 짧아 가나


곧 다가올 함께 하지 못할 시간을 위하여     

부서질 듯 새우등 같은 기억을 주어 담고

반찬 두어가지 소박한 밥상 앞에 앉은 두 사람

맛난 것 아껴먹듯 끔씩 시간을 베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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