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것은
소나무가 한 산 가득 벗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도 사람이 외롭지 않은 것은
가까이 걸을 수 있는 강이 있기 때문이다
강 건너 산마다 새파란 등을 곧게 세워
눈부시게 날아오르는 재두루미 한 쌍을
손 까불어 너른 빈 들에 부르며
쓰러지는 어둠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강 건너 북쪽 마을에 대찬 바람 불어도
잎 떨군 갈참나무 떡갈나무 어깨를 걸고
가지에 몇 개 붙어 흩날리는 단풍잎 너머
눈밭은 푸르름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노랑꽃들이 다시 들판을 덮을 때까지
덩치 큰 철새들 떠난 자리 작은 텃새들
아침 골목에서 목청껏 지저귈 때까지
임진강가 허리 굽은 왕버들 두엇이
봄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