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by 전종호

돌을 쌓아 경계境界를 세우고

경계와 경계 사이에 길을 낸다

안으로 척박한 땅에 식물을 키우고

더욱 견디거라 스스로 자신을 가

밖으로는 경계警戒의 담을 쌓는다

그래도 마을은 길 끝으로 이어지고

4.3의 억울한 심령心靈의 부활인가

보잘것없는 질경이가 길가에

지천으로 꽃을 피워 냈으니

담을 쌓는다고 바람을 막을 수 있으랴

해협은 뭍과 섬을 끊어 놓고

험한 파도로 양안兩岸을 위협하지만

바닷속 길이 활짝 열려

깊은 물길 오가는 것은 막지 못하니

오로지 보이는 것만 믿지 말아라

바다가 병풍처럼 일어나 몰려온다고

이 섬의 지나간 사람 일이 거두어지더냐

부질없이 돌을 쌓아 무엇하랴

산담으로 이어지는

마을 길에 오늘도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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