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31

- 능소화

by 전종호

기대어 피는 것이 무슨 허물이랴

서러운 날 주저앉아 등 기대어

눈물 훔치고 사는 것이 삶인 것을

혹시나 꿈속에서 임을 볼까 하여

기어이 담이나 나무를 타고 올라

끝내 우아한 주황 울음 터뜨리고

바람 불면 가끔 줄기를 잡아 흔들어

담장 너머 찬란한 함성을 지르느니

입추 거쳐 말복을 지나도

맹렬한 염천炎天 아래서

곧은 목 길게 빼들고 꼿꼿이

그럼에도 곧 가을은 오리라

꽃차례 햇살에 통째로 떨구며

사랑의 떨림으로 꽃은 피고

새 삶의 기약을 믿고 지는 것이라

하늘을 붙잡고 외치고 있다

아름답구나 못다한 사랑이여

눈물겨운 윤회가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