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겨울 찬바람을 고이
보내드린 것은 순전히 개나리 덕분이다
얼어붙은 세상을 포근하게 녹인 것은
개나리 노랑의 숨찬 진군 때문이다
전라도 해남 또는 진도 어디 바닷가서부터
임진강 아랫마을 문산천 노을길까지
노랑 물결이 군대처럼 겁나게 치고 올라와
바람에 움츠러진 가슴을 활짝 펴고
나란히 나란히 길과 동무하며 함께 걷는다
노랑 부리의 병아리를 닮은
방금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들이
노랑 추리닝을 입고 마당을 뛰어다니고
어린이집 노랑 버스가 찻길을 달릴 때
반도의 이른 봄은 꿈을 꾸기 시작해서
노랑나비 한 두 마리 눈썹에 날리며
들판을 뛰어다니며 모판을 준비하는
농부의 힘찬 발자국 밑에서 완성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삼천리 방방곡곡
노랑 물결을 다시 희망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