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 커피 넉 잔으로 하루 필요 열량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누가 알까
아침에 일어나 칼칼한 입 속에
봉지 커피 두 개 약 먹듯 털어 넣고 잠시
서성거리다 보면 점심 도시락이 오지
독거인들을 위해 참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 보내주는 고마운 도시락
그 따뜻한 제도와 마음을 알긴 안다만
무말랭이 멸치볶음 같은 딱딱한 반찬은
나이 들어 부실한 이빨이 씹지 못해
결국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국에 말은
밥 몇 술이거나 끓여 불린 라면 한 개
어물어물하다 보면 식사는 끝나고 말지
입맛 없는 저녁에도 달착지근한 봉지 커피
두 잔 먹고 나면 자러 가야 할 정신은
벌집 앞에 서 있는 듯 말짱해지고
벌건 대낮처럼 씩씩하게 걸어오는 밤
소주잔으로 잠 못 드는 불빛을 끄려 하지만
잔 듯 만 듯한 잠과 껄끌한 아침과
점심 도시락과 커피의 각성이
매일매일 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네
식구들 밥 한 끼 벌려고 눈치 보며
고향 떠나 평생 이리저리 뛰어다녔건만
늘그막에는 제 밥 한 끼도 해결 못해
사치奢侈 같은 눈물은 이미 마르고
아 저승의 문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
한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고층빌딩 키가 경쟁하는 그늘 아래
남 들을 새라 말 한마디 크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