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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Aug 05. 2022

문학은 상업이다 2

책을 냈다 하니 세무서에 다니는 제자가 소득세 관리를 지가 해준단다. 크하하하. 책 내면 돈 버는 줄 아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인세 소득세로 억 단위 세금을 냈다는 소문도 들어봤고 잘 나가는 어떤 작가는 남 출판사 손 빌리지 않고 자기 출판사를 내어 직접 생산과 유통을 하여 최대의 이익을 낸다는 얘기도 들어봤으나 2 쇄도 못 찍는 정도가 아니라 1 쇄도 다 안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영세 작가상인은 아예 페북에 좌판을 깔고 앉은 모양새다. 첫 시집을 선인세 10%를 받고 냈기 때문에 두 번째 시집을 낼 때도 계약조건 같은 건 보지도 않았는데 책이 다 나오고 계약서를 보니 300만 원에 해당하는 책을 내가 인수하는 조건이 걸려 있다.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삼류 무명 시인의 첫 시집을 내준 출판사가 얼마나 출판 주류에서 벗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출판사 사장은 요즘에 아침마다, 대형 출판사 사장은 빌딩을 올리는데 작가들은 제 집이 없다고 하며, 우리 출판시장의 개혁과 활로를 찾기 위하여 목 터지게 글을 쓰는 사람이다. 첫 시집은 첫사랑의 기쁨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돌렸다. 두 번째 시집은 아무한테도 돌리지 않고 퇴직하는 학교 학생들에게 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권씩 기증했다. 책과 가장 가까이 살고 있는 교사들도 책을 안 산다. 책을 내면 한 권씩 '증정'받는 것에 익숙하다. 대학 선생들은 더하다. 증정받는 책과 선물이 많을수록 권위에 쩐 교수들이다. 증정 문화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OD도 해봤다. 초기 비용은 적게 들어도 권당 단가가 너무 비싸게 나온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1인 출판을 해볼까도 생각해본다. 유명한 문학지에는 작품을 실을 기회가 없으니 중소 문학지를 저들끼리 만들어 그 수가 40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작품을 게재하기가 어렵다. 작가가 독자를 만나는 건 결국 자비출판이나 sns다. 문학 행위가 일종의 마스터베이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출판시장의 활성화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이건 무명 영세 작가 혼자서 열심히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작가, 출판사, 서점. 함께 손잡고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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