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판을 끝까지 걸어가 발 닿는 강둑 철책선 아래
오늘도 임진강은 힘찬 물줄기로 흐르고 그 너머
북녘의 송악산이 작은 산들 손을 잡고 마주 서있다
해질 무렵 강물소리 들으러 마정 들판을 걸어가면
강 건너 장단 반도 하늘에 큰 슬픔처럼 노을이 타고
차마 그 눈물 노을 숨 죽이고 오래 지켜볼 수 없어
멍자국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길에 어둠이 깔리면
대공 방호벽 옆 가을 벼 춤추는 너른 논 논두렁에
머언 옛날 얘기 같이 반딧불이들 꽃놀이를 펼친다
수컷이 날아 숨어 반짝이는 암컷들을 손 까부르고
경계가 없는 잘새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강을 사이에 두고 총을 들고 무모한 지뢰를 깔고
비루한 전쟁에 헛심을 쓰고 있는 군대 옆에서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거는 반딧불이를 위하여
오늘 밤은 모두 불을 끄고 어둠을 맞아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