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34

- 마정리 반딧불 꽃놀이

by 전종호

벌판을 끝까지 걸어가 발 닿는 강둑 철책선 아래

오늘도 임진강은 힘찬 물줄기로 흐르고 그 너머

북녘의 송악산이 작은 산들 손을 잡고 마주 서있다


해질 무렵 강물소리 들으러 마정 판을 어가면

건너 장단 반도 하늘에 큰 슬픔처럼 노을이 타고

차마 눈물 노을 숨 죽이고 오래 지켜볼 수 없어


멍자국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길에 어둠이 깔리면

대공 방호벽 옆 가을 벼 춤추는 너른 논 두렁에

머언 옛날 얘기 같이 반딧불이들 꽃놀이를 펼친


수컷이 날아 숨어 반짝이는 암컷들을 손 까부르고

경계가 없는 잘새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강을 사이에 두고 총을 무모한 지뢰를


비루한 전쟁에 헛심을 쓰고 있는 군대 옆에서

사랑을 위해 목숨을 는 반딧불이를 위하여

오늘 밤은 모두 불을 끄고 어둠을 맞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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