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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Sep 27. 2022

마감

요구하는 조건에 어긋나지 않도록 

숙제나, 밤을 쫓아 피 말리는 글쓰기의 끝

머리털을 쥐어뜯는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진짜 마감이란 

어둠의 한쪽을 밀어내고 빛이 비치는 찰나 

이승의 끈을 놓고 피안을 건너는 첫 시간이


아닐까 몰라 또는     


삶이 정말 끔찍하고 힘들어서 

이유 없이 견디고 살 필요가 없어서

풀어내던 삶의 이야기 제풀에 접으며

제 발로 어둠의 입구에 들어서는 것     


피투성이 염세나 허망한 우울증에

낙하의 지점이나 바위 높이를 살피거나

거친 파도에 몸을 던져 고기밥이 되거나  

   

아아, 투신의 속도로 날아가면

이 부끄러운 삶의 흔적을 모두 지워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청산할 수 있을까    

 

불 속 또는 고속의 도로에 던져 나를 사르면 

얼마나 빨리 고요의 문에 다다를 수 있을까     


멀고 아득한 생각에 

애쓰고 힘들어 길고 깊은 시간   

  

알 수 없어도, 오히려 알 수 없어서 

죽음의 집행을 스스로 손 까부르는 

검푸른 세계에는 언제 도달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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