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은 설움뿐이었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슬픔이었다
이산離散의 떠돌이에서 온 역마살이었다
그래서 쓸데없는 약간의 멜랑콜리였다
내 아이들에게 물려준 것은
아버지만큼의 눈물은 아니었으나
누구처럼 아파트도 채권도 아닌
아쉬움이었다
눈부신 하늘 아래 햇살 한 줄기만으로도
시원하고 행복한 시월 어느 날
아,
아버지가 물려준 것들이 이 햇살이었구나
깨닫는 순간
가슴 가득 미어지는 연민을 넘어
내 딸아 아들아 햇살을 사랑하며 살거라
한 가닥 햇살 아래 핀 쑥부쟁이만으로도
우리들의 인생은 살만한 것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