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이름을 부르자 내게로 와서
벅찬 사랑이 되었던 그 이름을 지우지 마라
가슴속에 품었던 뜨겁고 빛나는 꿈을
제대로 한 번 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아이들
경찰로는 막을 수 없었다 발뺌한 불의의 사고로
단지 하나의 꽃이 아니라 예쁜 목숨이요
살아가는 오로지 단 하나 이유인 내 새끼들
그 이름을 함부로 빼앗아 지우지 마라
제단에 영정도 위패도 하나 놓지 못하고
죽은 넋들 한 곳에 모이지 못하게 흩뜨리고
감당할 수 없어 눈물만 흘리는 슬픈 가슴에
리본 상장喪章에 근조謹弔의 문자를 지우고
애도는 마치 거리의 불온한 자들의 것이어서
저항과 슬픔의 마음을 가슴에 품지 말라
이름이 하나하나 불려 나와 천둥이 되고
타오르는 분노가 불빛 번개가 되기 전에
이름이 저항의 상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권력으로 애도를 마음대로 편집하는 자들이여
힘으로 슬픔을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이 분서로 진실을 가리던 진시황의 시대인가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을 감추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자식이요 벗이요 누이요 형제다
애도는 진실로 슬퍼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니
권력으로 미어지는 슬픔을 무마撫摩하지 말라
억울한 일은 누른다고 그대로 죽지 않는 법
눌린 것들은 들불처럼 언제든지 다시 일어나
뜨거운 해원解怨의 불길로 번져나갈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