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호 Nov 03. 2022

이유가 없는 죽음들

죽는 것에는 순서가 없고

죽는 것에는 장소가 따로 없다지만 그럼에 

죽음은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병으로 죽었다든가 차에 치여 죽었다든가

불에 타 죽었다든가 생활이 어려워 또는

사랑의 상실에 스스로 삶을 묶었다던가

독재와 불의항거 몸을 불태웠다든가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파도 겁나게 치는 바다에 간 것도 아니고

히말라야 높은 산에 간 것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 이태원놀러 간 것뿐인데

년 만에 마스크 족쇄를 풀고 축제에 갔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눌려서 어떤 이 채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제가 죽어가는지도 모르고 죽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죽음은 본인의 이고 국가는 책임이 없다

죽음의 이유 따위는 묻지 말라 윽박지르나라에서

배부른 통치자들은 저렇게 텔레비전에 나와

인자하게 웃고 있는정작 국가가 다면

대한민국은 사망 선언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녀올 손 흔들고 간 아이들은 다녀오지 못한 채

생때같은 자식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지도 모르고

어이어이 어이없이 울기만 해야 하는 부모들에게

다시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속절없이 

지켜보아야 하는 멍든 들에게

날벼락같은 죽음들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닥치고 죽음의 이유를 묻지 말라니 

애도도 정부에서 정해준 방식대로만 하라니

세상에 이런 법이 있는가  이런 죽음도 있는가

이런 죽음이 또 어느 후진 세상에 있는가

시민들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이유를 묻고 있다

따지지도 묻지도 말고 조용히 애도만 하라고

근조하지 말고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라는

이들을 참아주지 말라 결단코 용서하지 말라

울부짖는 사람들의 억장億무너지 

울음을 지켜보는 하늘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진강 4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