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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Nov 02. 2022

임진강 42

 - 휴전선 평화순례에 나선 늙은 교사들의 노래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뒷방 늙은이처럼 마냥 물러나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함께 살아야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 세상이라고

피 나눈 민족끼리 돕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조국이 하나 될 희망은 점차 꺼져 가고

전쟁의 기운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한반도 이 땅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철책선을 이제 걷어내

남북의  민족이 서로 손에 손에 마음 잡고

걸을 수 있는 평화의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참회와 화해와 포용마음을 품고 걸어가

한국의 산티아고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록 몇 명의 늙은 교사들이 시작 걸음을 떼었지만

하나 둘 모여 힘차게  흔들 함께 걸으면

철책선은 반드시 무너지리라 믿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며 시작한 길

임진강 한강을 따라 교하와 림한리보며 강화도까지

애기봉을 거쳐 민족의 단군 성지 마니산까지

걸어오면서 힘을 합쳐 철책선을 밀었습니다

철책선이 국경이 되면 아니 된다는 신념으로

다같이  모아 이 땅에 깔린 분단의 어둠을 밀어냈습니다

온몸에 뜨거운 피가 짜릿짜릿 흘러 돌아갑니다

샘솟듯 마음속에 깊은 기쁨이 솟아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부란덴부르크 성문이 열리듯

이렇게 걸으며 함성을 지르휴전선이 무너지고 

한순간에 판문점이 활짝 열리는 날이 올 것입니다

이제 늙어 몇 번씩 빼앗기고 되찾았던 교단은 지만

철책선을 교단으로 푸른 하늘을 칠판으로 삼아

기러기 몇 마리 불러 카랑카랑하는 목소리로 외치

분단을 떨쳐내고 평화로 통일로 나아갑시다

철책선을 평화통일의 둘레길로 삼아 걸읍시다

바다를 건너고 철도를 이어 만주 벌판을 가로질

바이칼 호수 알혼섬에아리랑을 목놓아 부르평화를  삼아 유라시아 대륙로 나아갑시다

우리가 걸은 미약한 한걸음 걸음을 따라 걸어가

백두산에 올라 천지의  떠서 목마름을 풀고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평화큰길을 열자 노래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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