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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Jan 16. 2023

대설

굵은 눈이 밤새 징하게 내리더 

아이들 쏟아져 나온 아침 골목에 

덩달아 달리는 강아지 꼬리가 부산하다


사각사각 밟고 사박사박 밟히는 소리 

치켜든 눈길은 금세 끓어 달아오르

장난꾸러기들이 순식간에 비벼 뭉갠

골목은 반질반질 칼날 판이 되었다


굵은 손목의 여인이 휘익 재를 뿌려 

조심조심 눈길을 밟 노파는 한순간

바람에 가지 꺾이듯 발목 접히

낙상은 멀리 사는 자식들을 부른


속절없이 가려운 살에 얼음이 백여도

차마 어미 소식 못 본 체 할 수 없는

허리 삐끗한 아들의 이마 비친 것이

눈물인지 눈발인지 백발인지 가릴 수 없다


장하게 내린 하룻밤 폭설파장長이

시골집을 향하는 늙은 자식들 어깨너머

갈급한 비손이 하늘에 닿아 퍼져 갈는

내린 아침에도 대체 분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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