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눈이 밤새 징하게 내리더니
아이들 쏟아져 나온 아침 골목에
덩달아 달리는 강아지 꼬리가 부산하다
사각사각 밟고 사박사박 밟히는 소리
치켜든 눈길은 금세 끓어 달아오르고
장난꾸러기들이 순식간에 비벼 뭉갠
골목은 반질반질 칼날 빙판이 되었다
굵은 손목의 여인이 휘익 재를 뿌려도
조심조심 눈길을 밟는 노파는 한순간
바람에 가지 꺾이듯 발목이 접히고
낙상은 멀리 사는 자식들을 부른다
속절없이 가려운 살에 얼음이 백여도
차마 어미 소식을 못 본 체 할 수 없는
허리 삐끗한 아들의 이마에 비친 것이
눈물인지 눈발인지 백발인지 가릴 수 없다
장하게 내린 하룻밤 폭설의 파장波長이
시골집을 향하는 늙은 자식들 어깨너머
갈급한 비손이 하늘에 닿아 퍼져 갈는지
눈 내린 아침에도 대체 분간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