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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Dec 31. 2022

서운한 듯이

 서운하지 않아 조금 서운한 듯이

밥 먹을  밥상 뒤로 슬며시 물러나 앉고

술 마실 때 한 잔 서운 때 자리를 파하고

많이 가진 보다 가진 것이 적어 서운한 듯이

잘 난 사람 많은데 나만 모자라서 서운한 듯이

사람 사귈 때도 서운한 듯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사랑할 때도 마음대로 마음껏 하지

미워할 때도 조금 모자라서 서운한 것처럼

아쉬운 정도만큼 아쉬운 마음으로 서운한 듯이

조금 짧게 살았나 그렇게 살아서 좀 서운한 듯이

너무 오래 살았나 그래도 살아온 날 서운한 듯이

걸어온 길 돌아보며 서운하지 않아도 서운한 듯이


과잉과 탐닉의 칼날로 마음이 베이지 않도록

잘고 적은 낱알과 단풍이 마음에 더라도

사랑도 미움도 시간도 다 채우지 못해 서운한 듯이

좋은 일 하고도 오해받아 서럽고 외로운 날들

 떼먹고 도망간 놈 배신감에 참기 힘들 

모른 체인생에게도 서운한 듯이 손을 흔든



**

한해가 쏜살같이 갔습니다. 시원하기도 하고 서운한 듯하기도 합니다. 나이 들면서 시간의 속도를 느낍니다.  

빠른 시간 속에 사랑도 미움도 희석되는데 이상하게도 서운함은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운함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 집중하고 몰두한 일에서 옵니다. 

서운함 때문에 형제요 동지 같은 가까운 벗들을 멀리 하고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의 집착때문이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과 희망이 원인이었습니다.

애정하는 사람이 미움의 대상이 되다가 서운함의 객체가 됩니다. 사랑도 미움도 시간도 돈도 꽉 채우지 않고 서운하다고 느낄 정도까지만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글벗 여러분, 여러분도 한해 묵은 때를 말끔히 벗어버리고 내일 새해를 행복하게 기운차게 맞으시기 빕니다. 한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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