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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Feb 21. 2023

한국 현대정치사

이승만의 흔적은 내 어린 기억 속에 없지만

아버지 신경질 섞여 조금은 내게 남아 있을까

수업은 내팽개치고 삼선개헌 홍보를 위해

학부모를 만나러 마을마을 가정방문 다니던

선생님들 모습에 박정희의 흔적이 남아

4학년 땐가 우리 담임이었던 처녀 선생님은

어떤 동네 어른들에게는 아이구 선상님 

하모 그래야지요 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우리 아버지 같이 좀 삐딱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리  안절부절 쩔쩔매기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대통령이그는

내가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를 가기 위해서

신체검사를 받고 술 취한 날 쓸쓸한 밤에

혁명과 유신의 심장에 총을 맞아 죽었다

연거푸 동네에서 초상이 나던 어느 날 아침

술김에 들으니 또 누가누가 죽었다는데

찍찍거리는 마을 이장 동네 스피커가 아니라

라디오 풍문에 이번에는 동네 어른이 아니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를 낳는다는 말도 있었지만

슬피 우고 더러 씨원타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


팔십 년도에 군인이 되어 광주에서 내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 국난극복 흉장을 달아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질 수 없는 선거에 서로 싸우느라 또 다른 군출에게

자리를 넘겨준 사람들이 또 차례로 대통령이 되었다

한 사람은 하나회를 척결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지하경제를 청산하여 한동안 박수갈채를 받았으나

세계화니 어쩌니 겉멋에 빠져 하루아침에 나라를 말아 먹었

도탄에서 대통령이 된 분은 아이엠에프의

아가리에서 나라를 건지고 민주화를 이뤘으나

조여 오는 자본의 탐욕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연이어 상고를 나온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나

사법고시를 패스했어도 힘 있는 자들은

능력주의를 표방하는 완전 신분제 사회에서

근본 없는 출세를 끝내 참아주지 않았다

야간 상고를 나와 불도저라 불린 성공신화 주인공은

대학을 나오고 재벌회사의 마름을 오래해서인지 

부패 따위는 상관없다 능력이 중요하다며

가진 자들의 편에서 박수를 많이 받았으나

자리에 있는 동안 온 나라의 땅과 강을 파내어

말 그대로 재조산하再造山河이루었으나

땅을 파고 강을 판 돈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죽은 귀신의 지휘 아래 대통령이 된 귀신의 딸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잠만 자다가 자리에 쫓겨났고

촛불 덕으로 뒤를 이어 남북평화쇼를 몇 번 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여유 있게 물러난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플랜이 있다고 노무현의 실패에서

배운 바 있다고 운명이란 책에서 구라를 쳤으나

자기가 임명한 검사장의 칼에 동지의 목을 맡긴 채

감자농사 양산도원에서 소셜놀이를 일삼으며  

다시 엄동에 나선 촛불들의 염장을 지르고 있다


드디어 처음으로 나보다 젊은 대통령이 나왔으나

세상은 다시 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의 합성

군홧발 대신 거룩한 법복法服의 나라가 되어

도사의 지시에 국민에게는 꼼짝 마라 놀러가다

죽으면 본인 책임이니 함부로 나다니지 말고

자살오명으로 나라 꼴값이 떨어지도록

미사일보다 위험한 번개탄은 만들지 말라고 한다

육십몇 년 동안 이 나라 대통령을 모두 만났으나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문명국가가 된 줄 알았더니

결코 편히 앉아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

돌고 돌아 도로아미타불이 될  어찌 알았겠느냐

못된 정권일수록 정의사회 공정과 상식 하며

미사辭에 의를 기의記意 바구니에 담고 있으니

의는 여전히 폭력에서 한 벗어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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