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면서 요즈음 별일 없으신가
산에게 물으니 발 밑이 벼랑이라고 합니다
제풀에 놀라 달아나는 고라니에게
그대는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물었더니
인간이 어찌 이리 산 가까이까지 왔는가
정색하고 산촌 이주민에게 묻습니다
함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저 요란한
박수소리 귀가 따갑지 않은가 물었더니
떠들어 비워내지 않으면 어찌 하루라도
불안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되묻습니다
한순간 고요를 위해 소란을 멀찍이 두고
삐걱 걸음으로 삶의 계단을 내려오는 내가
나에게 오늘은 어째 견딜만하신가 물으니
한겨울 논바닥에 가득하더니 봄이 되자
한 마디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기러기에게
거기서도 안녕하신가 물어보라 대답합니다
산 아래 마을에 어제처럼 오늘도 바람 불지만
시도 때도 뜻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넘쳐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