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옆에 화목 영감집 개가 새끼를 낳았다
봄이 되자 땔나무 수요가 줄었는지 며칠째
작업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영감님은
자기 집 개가 새끼를 낳은 줄도 모르고
어찌어찌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이
새끼 낳고 먹을 것도 없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개의 빈 밥그릇을 보고
어머 이를 어째 안타까워하며 발을 구른다
서울 사는 건축사는 다음날 미역국을 끓여 왔다
병원에서 아이 낳고 조리원에서 조리하는 세상
집에서 이제 미역국 끓일 일도 없는 요즘이지만
사골을 고아 미역국을 끓여 온 것이다
나이 들면서 밥 짓기를 통 귀찮아하는 아내는
배곯는 강아지 새끼가 눈에 밟힌다고
애 낳은 강아지를 위해 고등어를 구웠다
집을 짓는 동안 컨테이너를 이리 옮겨라
전기선을 끌어다 줘라 물을 연결해 줘라
온갖 횡포를 부리던 영감의 갑질은 다 잊고
아이를 낳아본 여인들은 개를 위해 밥을 지었다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개를 기르는 영감은
손님처럼 뒤에 앉아 찬송가를 틀어놓고
애 한 번 낳아보지 않은 남자들은 끌끌끌
혀를 차며 이름 지어줄 궁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