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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Apr 01. 2023

옆집 개가 새끼를 낳았다

공사장 옆에 화목 영감 개가 새끼를 낳았다

봄이 되자 나무 수요가 줄었는지 며칠째

작업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영감님은

자기 집 개가 새끼를 낳은 도 모르

어찌어찌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이

새끼 낳고 먹을 것도 없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빈 밥그릇을 보고 

어머 이를 어째 안타까워하며 발을 구른다

 사는 건축사는 다음미역국을 끓여 왔다

병원에서 아이 낳고 조리원에서 조리하는 세상

집에서 이제 미역국 끓일 일도 없는 요즘이지만

사골을 고아 미역국을 끓여 온 것이다

나이 들면서 밥 짓기를 귀찮아하는 아내는 

배곯는 강아지 새끼가 눈에 밟힌다고

애 낳은 강아지를 위해 고등어를 구웠

집을 짓는 동안 컨테이너를 이리 옮겨라

전기선을 어다 줘라 물을 연결해 줘라

온갖 포를 부리던 영감 갑질은 다 잊고

아이를 낳아본 여인들은 개를 위해 밥을 지었다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개를 기르는 영감은

손님처럼 뒤에 앉아 찬송가를 틀어놓

애 한 번 낳아보지 않은 남자들은 끌끌끌

혀를 차며 이름 지어줄 궁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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