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미소 부처님을 뵈려고 산에 왔다가
계곡에서 어죽 한 사발에 퍼져 버렸네
어죽에서 먼저 기어 나와 계단을 오르는
냄비불에 몸을 잃은 물고기들을 따라
한 잔 술에 헐떡이며 뒤따라 왔더니
아이고 모자란 놈 살생 냄새나 풍기고
천지 분간도 못하는 미련한 중생 하며
예나제나 순진하기가 여전하신 부처님
환한 미소는 시간을 넘어도 한결같으나
세월 풍파에 지친 아낙네의 볼살처럼
천 년 햇빛에 오른뺨이 패여버렸네
낮은 높이에도 숨이 가쁜 나그네처럼
그새 많이도 얼굴이 상한 부처님은
사방의 금당과 절터를 다 잃고서도
백제 옛적 따순 미소로 번뇌를 녹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