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끄트머리 동명항 큰 바위에
우뚝 영금정靈琴亭이 홀로 서 있다
발 밑에서 이는 바닷가 아스라한 파도소리가
신령한 거문고 타는 소리를 낸다고 하는 곳
인간의 말은 작은 동네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말뜻을 잃고 오해의 외투를 걸치고 돌아오는데
저 파도의 말씀은 거친 바람의 원망이 아니라
어찌 가슴을 파고드는 신묘한 소리로 돌아오는가
아픔은 슬픔을 낳고 불신은 미움을 키우고
미움이 커지면 입 안의 혀를 벼리게 되거늘
정녕 제 혀를 베어야 할 인간의 말은 때로는
칼이 되어 이웃을 베고 뒤를 치기도 하는데
영금정 거문고 소리는 동해 바다 관세음의 공력인가
마음을 비우고 지혜를 비는 보살행의 간절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