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금정에서

by 전종호

속초 끄트머리 동명항 큰 바위에

우뚝 영금정靈琴亭이 홀로 서 있다


발 밑에서 이는 바닷가 아스라한 파도소리가

신령한 거문고 타는 소리를 낸다고 하는 곳


인간의 말은 작은 동네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말뜻을 잃고 오해의 외투를 걸치고 돌아오는데


저 파도의 말씀은 거친 바람의 원망이 아니라

어찌 가슴을 파고드는 신묘한 소리로 돌아오는가


아픔은 슬픔을 낳고 불신은 미움을 키우고

미움이 커지면 입 안의 혀를 벼리게 되거늘


정녕 제 혀를 베어야 할 인간의 말은 때로는

칼이 되어 이웃을 베고 뒤를 치기도 하는데


영금정 거문고 소리는 동해 바다 관세음의 공력인가

마음을 비우고 지혜를 비는 보살행의 간절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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