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종호 May 19. 2023

파리

허무하게 쉽게 죽는 생명을 파리 목숨이라고 하는 것이

목숨이 가볍기 때문인지 파리가 하찮기 때문인지는

내 알 도리가 없으나 날마다 노동자들이 저리 쉽게

떨어져 죽고 끼어서 죽고 깔려서 죽고 찢고 다치고

일하는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것은

사람 목숨을 발바닥의 때처럼 여기는 시절 탓이니

파리가 작다고 우습게 보고 개나 소나 돈만 아는

애들이나 어른이나 혹시나 몰라 하고 용이 되려고

낮이나 밤이나 장한 용꿈을 꾸고 있는 까닭이다

파리가 얼굴에 붙어 성가시게 해도 귀찮아 말고

용처럼 귀하게 대접하고 내친김에 파리 목숨을

청룡 목숨이라고 바꿔 부르면 사람 목숨도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대낮에 헛꿈을 다 꾸어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