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다시 살리라
믿고 기꺼이 썩어야 한다
드센 바람길에 몸을 맡기고
흐르는 일 잊은 물속에서
실 터럭 같은 뿌리를 내리고
바닥까지 심지를 박아야 한다
치고 올라갈 물살은 없어도
간절한 절망을 노래해야 한다
흔드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랴만
오만가지 썩을 것들이 흘러들어
젖은 풀잎 물비린내를 견디고
살아야 할 목숨들은 살려야 한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고
늪의 공포를 말한 자 누구인가
잔뿌리 서로 얽혀 어깨를 걸고
물 다시 살아나 생명을 살리니
왕버들가지 너머 꽃은 피어나고
어린 새들 날아와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