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중학생 아들이 돌아왔을 때
읍내 중국집에서 그 귀한 짜장면을 사주며
왜 집을 나갔는지 한 마디도 묻지 않고
밥이나 먹자며 앉은 아버지 머리카락이
유독 짜장면 앞에서 희끗희끗했습니다
객지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방학 때마다
공부는 얼마나 하냐 묻지도 않고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냐
닭을 잡아 고아 주던 아버지의 닭백숙
닭장에는 발버둥 치던 흰 털이 수북했습니다
그럭저럭 고비를 넘기며 세월은 가고
아버지 대신 밥벌이하러 다니던 아들도
이제 아버지 못지않게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제 자식들에게 밥이나 먹고 다니냐며
새끼들의 밥그릇을 살피고 있습니다만
땅이 잘 파지지 않아 산꾼들이 불평하던
추운 겨울 아버지가 산으로 돌아간 날에도
꺼이꺼이 소리 내어 충분히 울지 못하고
상여를 세워두고 제 배부터 채운 아들에게
들어가 밥이나 먹자는 말씀이 들렸습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속이 상하고
기 펴지 못하는 나이 든 아들을 앉혀두고
책망도 이유도 따지지 않고 밥이나 먹자는
말씀에 아버지 따뜻한 밥 한 그릇 드시지요
말 한마디 못하고 보낸 면목없는 세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