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

by 전종호

집을 짓는 것은 사람이지만

집을 품는 것은 시간이다

땅을 파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치고 지붕을 올리지만

집의 얼굴에 기품을 얹는 것은

은혜 찬란한 햇빛이다 빗물이다

거칠다 지친 부드러운 바람이다

새집에서 낳은 어린 핏덩이들이

청춘을 지나 무릎이 꺾이고

곧던 허리 바싹 구부러졌지만

주름살 이마에도 빛이 나는 것은

오롯이 무심한 시간의 힘이다

비바람 맞으며 집이 자리를 잡듯

눈보라 치고 해 저문 날에 백발은

제자리로 명멸하며 돌아가는 일

서러워 마라 꿈꾸던 인생이여

속상한 일들 삭이며 매운 세월

풍화風化의 자국이 곧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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