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라는 시를 쓴 미얀마의 한 시인이
무장 군인에게 끌려간 다음 날,
장기가 모두 적출되고 심장이 사라진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느 컴컴한 건물에 심장을 남겨 두고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거죽만 헐렁헐렁 남은 몸이 돌아왔다
심장이 사라진 몸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뉴스에선 말해주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꽃잎을 덮어야 저 슬픔이
채워질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쓸쓸히,
아무도 모르는 먼 길을 다녀왔다는 것
굶주린 하이에나가 이빨을 드러내는
어둠과 공포의 길
인간의 심장이 검은 봉지에 담겨
버려지는 절망의 길 위에서
홀로 우는 심장, 미얀마여
그 깃발,
그 눈동자,
그 외로움,
-이명윤, 시집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미얀마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시입니다. 우리는 한때 미얀마의 군부독재의 폭압성에 분노했습니다. 그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과 국제연대 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곧 우리는 잊었습니다. 남의 나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잔인한 상황도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곧 잊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미얀마의 상황은 과거도 아니고 남의 일도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광주의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고, 오월만 되면 국민 모두가 상처에서 놓여나지 못합니다. 미얀마는 지금 쉽게 여행을 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국내의 모든 상황은 철저한 통제 아래 놓여 외부에 알려지지 않습니다. 외부의 언론도 미얀마 내부의 사정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시인은 잊혀진 나라 미얀마를, 미얀마의 평화와 독재 종식을 바라고 싸우는 시인을 통해서 평화의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갈 수 없는 나라 미얀마의 상황을 우리나라에 와 있는 미얀마 이주노동자를 통해서 다시 한번 각성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우리 가까이, 미얀마>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제 발로 걸어 나와 국내와 해외의 박물관, 미술관 등 배움터와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스스로 배우는 이른바 '학교밖청소년'입니다. 평생 학교에서 밥을 먹고 살아온 터에 학교탈출자를 칭송할 입장은 아니지만 배움의 터전이 학교 안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우리 가까이, 미얀마, 류해온 저>라는 책은 국내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의 인터뷰집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미얀마 국내 사정과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슴 아파하며 추천사를 쓴 제 입장에서 이명윤 시인의 ‘사라진 심장’은 제 심장을 도려낼 듯한 비수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우리나라나 미얀마나 동등하고 민주와 평화의 깃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얀마가 꼭 남의 나라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미얀마의 해방,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성숙과 평화를 빕니다. 이 시를 읽는 모두에게 각성과 마음의 평강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