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패턴

다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하나로 이어지는, 모지리

by 하늘빛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 여행 D+35


질문

지난 연인 관계들을 돌아보며, 내가 반복해서 선택해 온 사람들은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지난 연인 관계들을 돌아보며 다 다른 사람을 만났건만

거기에 분명 하나로 꿰어지는 패턴이 있었다.


귀하게 발견한 그 패턴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뼈아픈 이름이지만
지금의 나를 관찰하는 데에는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었다.


나는 이 패턴을 모지리 패턴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태까지 만났던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나를 관찰함에 있어서 이 표현만큼 찰떡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오랫동안 절대 나를 버릴 것 같지 않은 사람,
나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내가 사랑으로 돌봐줄 사람),
위험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선택해 왔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인 선택처럼 보였지만
그 선택의 바닥에는 늘 비슷한 감정이 깔려 있었다.


버림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
사랑받지 못할까 봐 불안한 마음,
관계 안에서 감정적으로 약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래서 나는 사랑을 선택하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실은 늘 두려움이 먼저 고른 선택을 하고 있었다.


이 패턴을 더 또렷하게 이해하게 해 준 하나의 도구가 있었다.

사람을 어떤 카테고리 유형으로 나누는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 그것은 내가 나라고 믿고 살아온 구조,

내 두려움의 패턴을 열어주는 열쇠에 가까웠다.


특히 내가 생존모드로 어떻게 살아남아 왔는지,
그 두려움이 자동으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나는 사랑을 잘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건부로 그래서 동시에
사랑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그래서 강하게 끌리는 사람을 만나면
위험해 보인다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섰고,
깊이 존경하거나 정말 원하는 사람 앞에서는
상처받을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며 피했다.


결국 대신 나를 쉽게 잃지 못할 사람,
내가 더 많이 주는 구조가
자연스러운 사람을 선택했던 같다.


관계는 유지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으로 시작해 상대의 구멍을 내가 메워주겠어.

혹은 내가 메워줄 수 있어하는 오만한 태도가 녹아있었다.


상대로 인해 나의 욕구를 대신 채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반복되는 감정의 상태도 늘 비슷했다.


불안, 인정 욕구,
억울함,
버려질 것 같은 두려움,
도덕적 우월감,
그리고 억눌린 분노.


이 감정들의 뒤에는 하나의 오래된 믿음이 숨어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믿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


이 무의식적 패턴은 최근에 만났던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주 또렷하게 드러났다. 이 사람과의 대화에서 유독 깊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렀다. 데이트를 할 때마다 5-6시간 대화가 기본일 만큼.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남의 끝에 먼저 올라온 감정은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이었다.


그는 회피형처럼 보였고, 연락은 뜸했고,
관심이 없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럴수록 나는 더 조급해졌다.

그리고 연락에 집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나는 그를 쫓고 있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어떤 면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것도 보게 되었다.


그는 자기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사람처럼 보였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동경했다.


그를 붙잡고 싶었던 이유는

그와 연인이 됨으로써
나도 그 사람급이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그와의 관계를 통해

동일시하고 있었다고 느꼈던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상을 다녀온 뒤
그 감정이 사랑이라기보다 동경과 결핍,
그리고 오래된 두려움이 섞인 집착에 가깝다는 걸 알아차렸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나를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그 관계 안에서 내가 나 자신을 잃고 있었느냐였다.


그때의 나는 점점 상대에게 맞춰주고,
호감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며 말라가고 있었다.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거나,
상대가 좋아할 모습으로
나를 설계할 필요는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선택의 기준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이 사람 앞에서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해도 괜찮은지,
이 사람은 나를 필요로 하기보다 존중하는지,
이 관계 안에서 나는 점점 커지고 있는지, 아니면 작아지고 있는지.

관계에서 나를 잃어가고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익숙한 무의식적 패턴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내가 자주 되새겨야 좋은 문장들이 있다.

나는 도움을 주거나 상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상대의 반응과 나의 가치는 분리된다.
사랑은 거래가 아니라 함께 그저 존재하는 일이다.

내가 반복해서 선택해 온 연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기보다,

내가 어떤 두려움으로 살아왔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를 선택하기 전에
이 질문을 먼저 나에게 던져보려고 한다.

이 사람을 붙잡기 위해 내가 나를 줄이고 있지는 않은지,
이 관계 안에서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아마 원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더 나은 누군가를 찾는 일이 아니라,
두려움이 아니라 조금 더 진실한 나로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언젠가 나를 사랑이라는 이름의 관계로
데려다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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