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항상 사랑을 선택하는 것을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 여행 D+38
질문
D+38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때 나는 보통 어떻게 반응하고, 그 갈등을 통해 드러난 나의 진짜 필요와 두려움은 무엇이었나요?
난 한때 갈등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만들어내는 온갖 드라마와 감정에 휘말려
습관처럼 반응하던 사람이었다.
그 선택들은 대부분
필요 이상의 고통을 나에게 남겼다.
하지만 내면 관찰 저널링을 시작한 이후,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나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선택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질문에 따라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 경험이 있다.
뉴욕 할렘의 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던 날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숨 돌릴 틈이 없었다.
한 아이가 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911을 불렀고,
그 응급 상황을 처리하던 중
이번에는 또 다른 아이가
머리를 세게 부딪힌 뒤
심각한 두통을 호소하며 간호사실로 들어왔다.
부모에게 연락하자
곧바로 “911을 불러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미 화상 학생으로 인해
응급 구조요원들이 와 있었지만
한 앰뷸런스에는 한 케이스만 탑승 가능하다는 말에
나는 다시 911에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간호사실로
교장선생님이 내려왔다.
그리고 여러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911을 부른 거예요?.”
“그 아이 부모는 내가 다뤄야 하는데, 나한테 연락했어야지요. 다들 바쁜 분들일 텐데 이런 일로, 응급차를 2대씩이나 불렀나요? “
그 순간,
내 간호사로서 상황 판단한 것에 비난당하는 것 같았다.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존중받지 못할까 봐,
부당하게 다뤄질까 봐,
무시당할까 봐
두려움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가슴이 답답해졌고,
그 화를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뜨거운 분노가 얼굴로 치밀어 올라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미국 학교에서 앰뷸런스를 부르는 권한은
전적으로 간호사에게 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 말을 모두 받아내야 했다.
당황했고, 화도 났지만
그 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응급 상황을 침착하게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정리된 뒤,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날의 무거운 감정을
스스로 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내면 관찰 저널링을 펼쳤다.
저널링을 하면서
나는 나를 제삼자의 위치에 두고 관찰했고,
항상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날의 기록 끝에
나는 이 문장을 적어 두었다.
사실 나는,
존중받고 싶었고,
공정하게 대우받고 싶었고,
안전한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고.
그리고 저널링의 끝에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여기서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선택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 질문이 이끌어낸 나의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대화였다.
그리고 경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나는 교장선생님께 메일을 보냈다.
“시간 되실 때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같은 직원으로서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방식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랐고,
이 일은 감정이 아니라
존중의 문제라고 느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녀는 묘하게 시선을 피했고,
나는 그 미묘한 도망의 기운을 느꼈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피할 수 없는 타이밍이 찾아왔다.
나는 결국 복도에서 정면으로 마주친 교장선생님을 붙잡고 “시간 나실 때 잠깐 널스 오피스에 들러주세요”라고 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의 얼굴은
이미 지쳐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긴 하루였나 봐요.”
그러자 그녀의 마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집에 와 있는 어머니 이야기,
자기가 해준 음식에 짜다 싱겁다 불평하는 이야기,
요즘 유난히 까다로운 학부모들 이야기,
신임 교장으로서 감당해야 하는 부담까지.
그제야 나는 알았다.
그날의 고함은
나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그녀 삶의 압력에서 흘러나온 소리였다는 것을.
나는 내 감정도 차분히 전했다.
“저는 그 순간, 많은 사람 앞에서 혼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고, 소리 질러서 내가 한 일에 대해 꾸짖는 거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이 대화는 결국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는
짧은 포옹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날 이후
학교의 공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새 간호사에 대한 텃새로
유난히 차갑고 적대적으로 느껴지던 환경이
놀랍도록 부드러워졌고,
교장선생님은 내게 훨씬 따뜻하게 대해주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학교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원래는 늘 비켜서 있던 간호사인 내게
선생님들이 작은 바구니에
온갖 선물과 기념품들을 담아 내게 건넸다.
나는 그 앞에서
조용히 감동했다.
나중에 나의 직속 슈퍼바이저가 학교로 찾아와서 이 일에 대해 보고 받고는 이전에 이렇게 간호사를 챙겨주는 일을 보지 못했다며 놀라운 발전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피드백을 듣고는 갈등에 대해 처리를 잘한 것 같아 내심 기쁨이 올라왔다.
갈등 앞에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
예전의 나라면
“난 내 일만 한다”며 선을 긋고
그 사람을 없는 취급 하며 무시로 일관했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도망 대신 사랑을 선택했다.
메일을 쓰고,
대화를 요청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환경을 바꾸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배웠다.
갈등은 관계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관계를 새로 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갈등 뒤에는 내가 사랑을 실천하며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언제나 함께 놓여 있다는 것을.
그러니 잊지 말자.
언제나, 사랑을 선택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