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글이가 펴지기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by 하늘빛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 여행 D+3


질문

10대 시절, 당신을 지배했던 주된 감정이나 에너지는 무엇이었나요?

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누가 보아도 소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구부정한 자세, 말린 어깨,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자신감.
내 안의 수줍음, 불안, 두려움, 수치심이 몸 전체에서 새어 나오는, 한마디로 쭈글이 에너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사이가 틀어졌다. 시작은 단순한 삼각관계였다.
어린 시절부터 셋이 같은 학교, 같은 반. 그녀가 좋아하던 남자아이와 어느 순간 내가 가까워졌다.

태어나 처음 느껴본 설렘이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몰랐던 나이.
사귄다는 개념조차 명확히 모를 만큼, 나는 관계에 느리고 서툰 아이였다.
그저 연락이 이어졌고, 대화가 편했고, 마음이 갔다. 그렇게 그렇게 이어졌는데...

나중에 알게 됐다. 그 남자아이는 처음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친구가 알게 된 순간,

나는 단숨에 친한 친구의 남자를 빼앗은 나쁜 년이 되었다.


그저 너무 미숙했고, 관계에 느렸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상처를 준 건 사실이었고, 그래서 미안했다.
(지금은 연락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그 미안한 일에 대한 대가는 내 학창 시절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 소문은 순식간에 전교생에게 퍼졌고, 나는 다시 한번 없는 사람이 되었다. 누구도 나와 친구가 되려 하지 않는 분위기. 복도에서 느껴지는 눈길, 수군거림, 속삭임. 그 시선 속에서 나는 더 작아졌고 더 쪼그라들었다. 그때부터 대인 공포가 생겼다.


발표 시간, 책 읽는 시간조차 공포였다. 내 이름이나 번호가 호명되기만 해도 손이 떨리고 심장이 뛰었다.
‘제발 걸리지 않기를’ 그것만 바라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를 부모님께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불량품 같아 말씀드리기 힘들었고, 무엇보다 부모님은 각자의 삶으로 이미 벅차 보였기 때문이다.
그 속에 또 하나의 문제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입을 다문 채 온몸으로 버텼다.


견디다 못해 검정고시를 치고 싶다고 말했지만,
우리 집의 분위기는 명확했다.

“학교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검정고시는 선택지에 없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참고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국어 시간.

책 한 페이지를 읽어야 할 사람이 호명되는 순간 — 걸렸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목소리가 떨렸다. 피식거리는 웃음, 웅성거림.
선생님은 당황한 듯 다른 학생이 대신 읽게 했다. 숨고 싶었다.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쉬는 시간, 모두가 떠드는 교실에서 나는 책상에 엎드려 부끄러움을 삼킨 채 자는 척을 했다.


음악 실기 평가도 잊히지 않는다. 리코더 연주 중 모든 시선이 나에게 꽂힌 것 같은 순간.
호흡이 흐트러지고, 입술과 볼과 턱이 떨리고, 앞자리의 아이 하나는 나를 보고 비웃었다.
그 아이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몸도 무너졌다.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붙어 있는 생활 속에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생겼고 점점 더 심해졌다.
배는 늘 아팠고, 가스가 차 숨 쉬기조차 불편한 적도 있었는데 예민한 성격 탓에 학교 화장실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런데도 미련할 만큼 학교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양호실에 간 적조차 없었다.


그때의 나는 정말로 기능이 다 고장 나 버린 망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10대의 나는, 세상 어디에도 편안한 공간이 없었다.
집에도, 학교에도, 사람 사이에도 —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에서도.


그런데 지금의 나를 보면
이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설마? 그랬던 사람이 정말 맞아?”
“반전을 위해 과장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이해한다.
그럴 만큼,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표정, 말투, 자세, 인간관계, 삶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그러면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어릴 적의 이런 힘든 경험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이렇게 밖에 살다 가지 못하나?”
“다르게 사는 방법은 없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지금도 이 인생 질문에 답을 구하는 여정에 있고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하고 있다.


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고통이 어떻게 성장으로 바뀌는지,
그림자가 어떻게 빛으로 변하는지.

사랑으로 사는 삶은 뭔지.

무엇보다 나는 누구인지.

나아가 내가 누구인지 깊이 이해하고 삶으로 구현한다는 게 뭔지.


그것을 나 스스로 가장 명확하게 보고 체험하기 위해.
그 과정을 내 삶으로 먼저 살아보고 나누기 위해.

그리고 혹시 지금의 나처럼 아팠지만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가 조용히 빛으로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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