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 울고, 밖은 웃는 피에로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 여행 D+43
질문
관계에서 내가 사랑받기 위해
가장 자주 포기해 온 나의 모습은 무엇이고,
그 선택 뒤에 숨겨진 나의 진짜 욕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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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나는 가족들이 고집불통이라고 부를 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아이였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떼를 쓰기도 했고, 욕심과 성질을 부리기 일쑤였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은 나를 통제했다.
말을 안 들으면 때리기도 했고,
대놓고 미워하기도 했으며,
내 기를 꺾어 누르려했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서
내 안에는 하나의 무의식적 결론이 자리 잡았다.
이렇게 제멋대로 굴면,
사랑받지 못하는구나.
그때부터 나는 사랑받기 위해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숨기고,
상대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를 조정했다.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나는 나를 잃어 갔다.
상대의 욕구를 먼저 읽어내는 눈치가 발달했고,
그 사람이 비어 있는 구멍을
내가 채워 줄 수 있다는 자만과 함께
그러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왜곡된 믿음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에는 No를,
상대의 요구에는 Yes를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며 과도한 배려로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는 사람.
싫은 소리 못하고
거절하지 못하고
늘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 애쓰는 사람.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자주 포기한 것은
나의 진짜 모습이었다.
겉으로 하는 행동과
속으로 원하는 것이 반대로 찢어져 있으니
나는 늘 나를 기만했고,
그래서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어려웠다.
지금 돌아보면
내 안의 진짜 욕구는 아주 분명했다.
나는 고집불통이어도 괜찮은 아이로,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통제와 억압 없이, 온전히 나로 사랑받고 싶었다.
그 욕구는 누구보다 강했고,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가
나는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이 글을 쓰다 문득
예전에 내가 내면 작업을 하며 그려 두었던 그림들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무지개 위에 혼자 서 있는 사람.
밝고 평온해 보이지만 그 속을 열면
분노와 억울함과 슬픔이 뒤엉킨
붉은 불덩어리 같은 감정이 가득한 그림.
커다란 웃는 얼굴의 피에로.
입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겉과 속이 다른 줄다리기로
가랑이가 찢어지는 마음을 그린 그림.
안은 울고, 밖은 웃고 있는 가면 쓴 나.
그 그림들은 내가 사랑받기 위해 선택했던
생존 방식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사람,
밝은 사람,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면서
속에서는 늘 울고 있었다.
상대의 욕구를 채우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나를 점점 더 깊이 묻어 두었다.
안은 울고, 밖은 웃는 피에로처럼.
그때의 상처받은 어린 나에게,
지금의 내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너는 그렇게 고집부리더라도 사랑받을 수 있고,
착하지 않아도, 참고 맞추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너로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걸 말해도 괜찮아.
싫다고 거절해도 괜찮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너는 이미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글을 쓰며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고 보니,
그 모든 선택의 중심에는
단 하나의 욕구가 있었다.
통제받지 않고,
억압당하지 않고,
온전히 나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지금도 계속 나는
그때 생존을 위해 썼던 가면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삶으로 실천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