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나를 과거에서 데려오는 선택

by 하늘빛

진실된 나로 다가가는 내면 여행 D+53


질문


당신이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들을 (또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당신의 치유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내가 용서하기 힘든 사람은

과거에 나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라 여겼다.


학교 다니며 나를 차별했던 선생님,

친한 친구였다가 나를 왕따 시켰던 아이,

미성숙했던 가족과 친인척들의 태도,

대학병원에서 나를 태웠던 동료들,

갈등 끝에 멀어져 간 사람들.


그 얼굴들을 떠올리며

그때의 감정과 장면을

나는 오랫동안 수없이

마음속에서 되감았다.


그때 비로소
내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얼굴이
타인이 아니라 그때의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보였다.


몰랐던 나,
버틸 수밖에 없었던 나,
그 선택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던 나.


나는 그 아이를
오랫동안 혼자 남겨둔 채
살아오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누가 나를 지켜주지도 않았고,

내가 나를 지킬 힘도 없었다 생각했다.

그래서 조용히 견디는 쪽을 택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나는 그 선택을

지금의 기준으로 다시 불러 세워

오랫동안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런 상처를 받아도 되는 사람인 것처럼,

내 삶의 주도권을 버려둔 채

조심스럽게, 작게 살아왔다는 사실도

뒤늦게 따라왔다.


나는 경계를 세우지 못한 채

착한 사람처럼 굴려했고,

그 과정에서

그 상처를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여와

나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있었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나를 과거의 시간에서 꺼내
지금의 삶으로 데려오는 결정이었다.


상처받았던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상대가 한 행동을 괜찮았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이 내 인생의 방향을
더 이상 쥐고 흔들지 못하게
조용히 놓아주는 일이다.


용서는 기억을 지우는 게 아니라
아팠던 기억이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 선택은 결국 나에게 달려 있었다.


나는 이제 그때의 나를

꼭 감싸안아주면서

이런 말들을 건네고 싶다.


“그때 너는 최선을 다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아무도 안아주지 않았던 그 순간에
너는 스스로를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데리고 와 준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야.
그건 너의 약함이 아니야
그 당시 너의 생존 방식이었어."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말한다.


“이제는 내가 너를 지켜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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