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_어른이니깐

플렉스도 해 주는 거고

by Peach못한

아침의 풍경.


개구리씨

나도 꽤 일찍 일어났는데

개구리씨는 늘 나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이렇게 물끄러미 나를 바라다가 눈이 마주치곤 한다.

이쯤 되면 나보다 더 잠이 없어 보이는데...

나에게 왔을 때보다 피부의 탄력도 상당히 떨어져 있고, 심지어 미간의 저 주름은 어쩔라고.

이 친구가 햇빛 아래 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마터면 피부가 뻣뻣해지고 기미가 생길 뻔했지 뭐야.



오늘은 조금 심한 두통 때문에, 밤새 식은땀으로 베개 커버를 적셔 버렸다.

일단 급한 김에 빈 속에 진통제를 넣고, 잠시 나가서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걸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 누워 있어야 하는 것 아냐?- 하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카톡 선물 쿠폰 소진 모드

집 근처의 투썸플레이스로 갔다.

나에게는 투썸 선물 쿠폰이 두 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5만 원짜리 상품권인데, 혼자 뭘 사 먹기엔 너무 큰 액수이다.

결국 고민하다가 굿즈를 하나 사기로 했다.

내 눈에 띄어 버린 미키&프렌즈 디스펜서 가격은 45,000원.

또 다른 쿠폰을 이용하여 17,000원짜리 보온 보냉이 가능한 머그컵도 하나 샀다.


먹을 것은 뱃속에 넣으면 사라지지만 굿즈는 내가 버리지 않는 이상 영원히 남는다.

나는 이왕이면 뭔가를 남기는 것이 좋다.

아 물론 먹는 것도, 내 몸에 살이 남기는 하지만 왠지 양심의 가책도 함께 남아 버리기에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부담스러운 증정품을 추가로 받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오늘의 나는 홀케이크 대신 디스펜서를 택했다.


시리얼을 담을 예정이다

나름 사악한 가격이지만, 가격을 모른 척하며 흐린 눈을 뜨면 이 제품이 또 은근히 귀엽기는 하다.

아마 내 돈을 주고는 사지 않았을 확률이 조금 더 높다.

깨끗이 설거지를 한 후 바짝 말리기.

내일 이곳에 후르츠링을 담을 decision을 시전 할 것이다.


두통을 핑계 삼아 집에서 무언가를 계속 먹었다.

에어프라이어로 구워낸 달콤한 군고구마도 먹고, 고기도 모두 다 구워 먹고.

며칠 전에 초복 기념으로 사 왔으나 정작 개구리씨가 코 끝도 안 댄 치킨까지, 내가 모두 클리어했다.

어쩌다 보니 의도치 않은 냉털 완료.


왜 그래 개구리씨

많이 먹은 것은 나인데, 왜인지 몸져누운 건 개구리씨.

외로워 보여서 동물 인형 친구를 하나 안겨 주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다.



내일은 여러 가지 작은 일들이 예정되어 있다.

꽤나 스트레스받는 일들이 조만간 시작될 것 같다.

그래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지, 어른이니까.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께 "너는 이제 다 컸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택도 없는 이야기였다 - 혹시 집안의 막둥이에게 자립심을 키워 주고 싶으셨던 걸까.

이미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나는, 이제 와서야 세상을 향해 뒤늦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진다.

나의 집에서 어리광이 받아들여지는 '어린 나이'는 대체 언제까지였던 걸까.


왠지 어렸을 때는 애늙은이, 지금은 점점 철부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가끔 난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싶.

하지만 어른이니까는 - 의젓하게 참아야 한다.

그래서 왠지 억울하다.

울 수 있는 적정 시기를 놓쳐버린 것만 같기 때문이다.


여하튼 오늘도 밤은 왔고, 감정선은 탄젠트 그래프처럼 치솟는다.

잘 버텨 내어서, 그야말로 굿나잇을 만들어 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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