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째_하고픈 거 다 할 거야

인생은 엿장수 맘대로야

by Peach못한

오늘은 왠지 생각 정리가 간절했고,

대낮에 볼일 보러 외출하기에는 너무 덥기도 해서.


하지만 어차피 양산은 필요한걸

오전에 채비를 마친 후 집에서 일찍 나와 버렸다.

아마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야?


덕분에 우산으로 들고 나왔던 녀석을 양산으로 사용해 버렸다.

사실 이 우산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샀던 건데, 알고 보니 내부의 컬러가 블랙이 아니신가.

양산을 도통 안 쓰는데 웬 암막.

칙칙한 컬러가 영 맘에 들지 않아, 자연스레 방치될 거라 생각했었다.


허나 본의 아니게 요즘 가장 잘 쓰고 있는 우산이다.

날씨가 좀 뜨거워야 말이지


인간은 역시 흥미로워라.


합정 디벙크

둥지를 틀 곳을 찾아낸 후

합정역 부근에 있는 '디벙크'로 향했다.

여기는 노트북을 들고 가기 매우 좋은 카페로서,

시그니처 메뉴인 디벙크 라떼가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오늘은 하고픈 대로 할 예정이므로

노트북 없이 방문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리고 앉아 있다 보니 에어컨 바람 때문에 몸이 차가워져

따뜻한 자몽티를 한 잔 추가로 주문했다.


디벙크 라떼는 다음 기회에 먹어야겠다.


필사

가방 속에 넣어간 다이어리에 시 한 편 필사하기.

이승희 작가의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2015'.

추천 현대시에 이 작품이 여러 번 등장하기에, 궁금해졌다.


다이어리에 베껴 적다가 발견한 따뜻한 절벽이라는 글귀가 내내 머릿속을 헤엄치고 다녔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나?


어렸을 적 쓰던 동시, 문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와는 다르게

현대시는 확실히 자유로운 맛이 살아 있다.

충격적으로 혁신적이다.


요즘 들어 시와 가사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일단 둘 다 너무 함축적이고, 둘 다 내겐 너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언젠간 둘 다 경험해 보고 싶은 세계이기도 하다.


나의 뻘생각과 드립, 개소리들이 시로 승화될 수 있는 날이 과연 찾아올 것인가.

왠지 하늘이 부부싸움을 하여 반으로 쪼개지거나,

또는 해가 외박한 후 늦잠 자다가 서쪽에서 화들짝 놀라 깨어나야만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세상 일은 누구도 모르는 것이므로 희망은 살짝 품어 보기로 한다.

하늘이 진짜 싸울 수도 있는 거고, 태양이 퇴근한 후 진짜로 술을 진탕 마시고 집에 안 들어가 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


롤드페인트

합정역 부근에 있는 '롤드페인트'라는 곳에 갔다.

페인트 가게가 아닌, 마스킹 테이프를 파는 곳이다!


이곳은 참 아기자기하다.

그리고 둘러보면 예쁜 것 옆에 예쁜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더더욱 예쁜 것이 있다.

친구는 닮는다더니 - 다들 너무 곱잖니.


이런 곳에서 지갑의 허리띠를 풀면

정말이지 한도 끝도 없을지도 모른다.

마스킹 테이프라는 것은 어떤 날은 푸른색이 예쁘고, 다음 날 보면 초록색이 예뻐 보이고,

어느 날은 도트가, 어느 날은 스트라이프가 예뻐 보이는 -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 같은 존재라서

언제든 늘 많은 돈을 쏟아붓게 한다.

마치 나의 도도한 존재에게 끝없이 츄르를 사다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랄까.


귀여워

나는 그중에서 3개를 입양했다.

롤드페인트에서는 구매한 마스킹 테이프를 예쁘게 포장해 준다 - 여러 디자인의 마스킹 테이프로.

조심조심 떼어내어 다이어리에 붙이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다.


그리고 다음번에 이 디자인의 테이프가 생각나서 방문하게 되는 - 그런 곳이란 말씀.


한을 풀었다

상담실에서 집으로 향하던 길에 홈플러스에 들렀다.

그리고 그간 먹고 싶었던 물회와 초밥의 욕구를 한 번에 다 풀어 버렸다.


사실 저 물회는, 물회로 나온 것은 아니고... 회무침 용이다.

나는 여기에 초고추장을 추가로 만들어 넣고 차가운 냉면 육수와 깨, 참기름을 넣고 섞어 버렸다.

즉, 야매 물회.


배달 앱에서 2만 원 돈의 물회를 시키면 다 먹을 자신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배달 음식 자체를 먹지 않기에

도통 물회를 접할 일이 생기질 않았다.


이것은 왠지 떠오르면 종종 해 먹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훌륭한 가성비였다.


오늘은 말 그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해~' 모드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비록 공통점 없이 알록달록한 제각각의 마스킹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 꾸며 놓은 것 같은 일상이었지만

하나하나 떼어 보면, 나름 괜찮은 디자인이었다.


그럼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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