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도르륵

by Peach못한

문득

'나는 무엇을 위하여 살고 있는가'

라는, 거창한 생각을 해 보았다.


머리에서 약간의 생각을 덜어내면 참 편한데

그 빈 공간이 아까워 다른 생각을 굳이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역시 보부상다워라.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책장을 넘겨본 게 언제더라.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

몰두하고 싶다.

늘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더더욱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게 뭐더라.

- 머릿속 생각은 다시 눌러앉아 또아리를 틀기 시작한다.


생각이 얇게 펼쳐져 돌돌 말려 간다.

분명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야' 라며 대뇌가 저장하는 중이겠지.

역시 보부상 주인의 뇌답게, 이 친구도 닥치는 대로 죄다 저장하고 모든 기억마다 태그를 붙인다.

가끔 이런 내가 참 버겁다.

모든 생각을 풀어내어 변기에 흘려보내고, 생각의 둥근 심지만 남겨 두고 싶다.


딱 필요한 생각만 하는 날이 과연 올까.

'화장실에서는 휴지 4칸이면 충분해요' 같은, 통제 문구를 머릿속에 새겨 두어야 할까.

생각은 20분이면 충분해요, 한 칸 당 5분씩.


자유로움을 위하여 생각을 통제하고,

생각의 자유로움을 위해 나의 하루를 희생하고

무언가 풀리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의 삶도 풀리지 않고 도르륵 회전한다.


꿈속에서도 나는 계속 뱅그르 돌겠지.

마치 다람쥐 쳇바퀴 타듯.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의 굴레에서

생각을 도르륵 풀어내어 변기에 흘려보내는 상상을 조심스레 해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그라미를 만들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