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게, 별이

by Peach못한

나는 그 안에서 따뜻하길 바랐다.


설익은 밥 같은 사이 말고,

표면만 타들어가는 실패한 군고구마 같은 사이 말고,

쓰디쓴 잿더미 같은 맛에 '에퉤퉤' 하는 사이 말고,

미적지근하다가도 점점 따스해져서 벗어나기 싫은 아랫목 같은 사이.

예쁜 엽서를 보면 은근한 말을 적어 쑥스러이 부쳐 보고 싶은 사이.


게는 뜨거운 가족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라면

온몸의 피가 가열되듯 팔팔 끓 했다.

뜨거워진 정수리가 급격히 식고

혈관이 말라붙어 쩍쩍 갈라지도 했다.

나는 36.5도,

그들의 감정은 나를 열탕과 냉탕에 번갈아 담가 질식시켰다.

그들에게 내 감정의 감정가는 중요치 않다.

결국 나는 살기 위하여

그들이 의도적으로 뿌려 대는

함정 같은 감정을

자상함을 가장한 자상(刺傷)함을

피하고 피다,

우주를 유영하며 위험에 대처하는 인공위성처럼.


그들은

내가 별이 되어 주기를 바랐다.

얼핏 듣는 이들에게는 참 아름다운 말.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가 되렴."


하지만 나는 그 말이 그 의미가 아님을 알고 있다.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는, 세상과 작별한 존재.

구름 너머에 있는 존재가 되어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다.

누군가는 뭐 그런 가족이 다 있냐 할 수도 있.

하지만, 작은 아이는 그런 가족 안에서 커갔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표정 없이 살던 아이는

가족 모르게, 이기적인 인간이 될 결심을 했다.

세상 부였던 곳에서

별똥별처럼 긴 꼬리를 남긴 채

지구를 온전히 감쌀 만한, 길고 긴 울음을 내뱉으며 음박질쳤다.


타들어가는 꼬리가 팠다.

꼬리는 길게 궤적을 그려 꼬리표가 되었다.

이리저리 다급한 항해를 하는 동안

여기저기 부딪혀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별이 되어라."


그 뜻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던 날들은

은하처럼 무리를 이루어 뱅글뱅글 다.

검은색 암담한 날들에

회색의 기억들이 흩뿌려졌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인 줄만 알았다.

마치 예쁜 오르골 같았다.

벗어날 수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로 치장한,

숨 쉴 틈 없이 반짝이던 나의 기억.

깨지기 쉬운 오르골은 연약하였고

건전지는 오르골에게 힘을 주지 못할 망정

블랙홀처럼, 되려 힘을 빨아들였다.


별이 되렴.


풀 깜빡임 한 번에

조명은 별처럼 빛난다.

슬프지만 아름답다.


별.

그런데 사실은


나도 별이 되고 싶다.


그들이 원하는 것 말고

은은히 제자리에서 빛나는 별.

작은 듯하면서도 크고

거창한 듯하면서도 소소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

나의 빛을 찾을 아는,

검은 공간에 은 가능성이 뿌려진

반짝이처럼 작은 별.


언젠가 작은 직선 위 다른 별과 이야기를 눌,

언젠가 빛을 잃더라도 누군가의 행성 되어 줄,

언젠가 존재만으로도 눈물 나게 가슴 아프게 해 줄,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을 안겨 줄,

그런 별이 고 싶다.


가족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나만의 작은 이야기를 꾸려 나갈

단 하나뿐인 별이 되 싶다.


따뜻한 은하의 품에 안겨 마음껏 울고 난 뒤

소박히 작은 빛을 발하고 싶다.


다짐의 말을 건넨다.

될게, 별이.

그 누가 봐주지 않더라도,

끝이 허무하게 다가오더라도,

다들 너무 쉽게 '네가 원하던 게 고작 이거냐' 하더라도.


스스로는 부끄럽지 않을

그런 별이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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