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누른다
동글동글
윤슬이 담긴 문진을 손에 가만 쥔다.
영롱하다.
반짝이는 것이 마치 자잘한 은하수 같다.
둥근 반구의 모양은 우주를 반으로 쪼갠 것 같다.
옛사람들의 말,
"지구는 평평해, 하늘은 둥글고."
윤슬 문진을 보면 납득이 된다.
문진으로 종이를 지그시 눌러본다.
감정이 고스란히 적힌,
무겁지만 가볍고 싶은 팔랑한 종이들이
반구 모양 우주의 힘에 눌려 말을 아낀다.
밤하늘을 보면 압도되어 말이 사라지듯,
나의 감정들은 윤슬 문진에 압도된다.
가끔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동요하지 말라는
작고 묵직한 한 마디가 필요할 때가 있다.
너무 강압적이지 않은,
그렇다고 너무 휩쓸리지도 않는
적당히 부드러우며 강한 목소리.
하지만 듣고 있으면 너무 그립고 아련한,
눈물이 왈칵 솟아오를 것 같은 그러한 것.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밤하늘 유니콘 같은 존재이기에
그 말을 해줄 존재가
누구일지는 모르겠다.
나는 아직
우주를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유니콘을 꿈꾸는 말 한 마리 같다.
작은 말 한 마리는
윤슬이 담긴 문진을 바라보며
말을 삼킨다.
언젠간 밤하늘을 보고 싶다.
마음 안에서 휘몰아치는 파란을
위에서 가만 지켜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는
누군가의 유니콘이 되어 주고 싶다.
힘들 때 가만 잡아줄 수 있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상상 속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