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밥

by Peach못한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문득 밥 한 그릇이 생각났다.


집밥은 아픔이라

마음 쓰지 않는다.

나의 공간에서 밥이란 것을 안 본 지 오래다.


하지만 나도 가끔

김이 모락모락 한소끔 피어나는

따끈한 국밥이 마음에 아른아른 피어난다.


왠지 떠오르는

어느 할머니가 꾸려갈 듯한 낡은 식당,

몇 안 되는 단촐한 메뉴.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나오는 한 그릇.

입천장과 작별할 것 같은 국물의 뜨거운 김 포르륵,

따끈한 쌀밥의 윤기는 자르륵.

그리고 왠지 어색하게 철이 든 듯,

시큼한 듯 아닌 듯,

물컹한 듯 아삭한 듯

다소 밍밍한 한 깍두기.


눈을 감고 조심스레 한 술 뜬다.

늘 남겨야만 마음 편한 게 밥인 지라

상상 속 국밥 역시 반절 남겨 둔다.

하지만 그 고소하고 뽀얀 국물에,

곧 다대기를 만나 노을처럼 물드는

짭조름 매콤함에,

덜 익어 코가 찡긋한 깍두기의 시큼함에

마음이 시큰시큰하다.


새벽의 감성이 햇빛을 만나고 나면

나는 아마 국밥 대신

냉장고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꺼내

적당히 끼니를 때울 것이다.

하지만 새벽이 찾아오면

나는 또 청개구리마냥

낮동안 먹지 않은 한 그릇의 밥을 떠올릴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새벽이라서,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따뜻한 정이 고파서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국밥의 따끈따끈함에

눈시울이 따끔따끔한 마음 한 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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