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by Peach못한

덜컹.


끄트머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끝 모를 바닥 저 아래까지 가라앉았다.

버티다 스스로를 놓아 버렸다,

혼자서는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하기에.

발버둥 쳐도 밀어낼 수 없는 것이 삶의 무게이기에.


그림자가 진득하니 발목을 붙잡아 버렸다.

포기하고 싶은 맘이 들어앉았다.

기억들을 뒤적인다, 하나하나.

추려내고 떨궈낸다, 하나하나.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기에.

어떻게든 나는 이 자리에서 버텨야만 하기에.


덜컹.


심장이 내려앉아 버렸다.

실루엣 하나가 내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대로 나를 응시하기 시작한 너는

묘하게 낯설지가 않았다.


떠올랐다.

일순간 하늘을 날았다.

네가 나에게 힘을 건네준 것을 알았다.


처음 겪는 높은 풍경.

눈물이 날 만큼 아찔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너를 원망했다.

하지만 너는 끈기를 놓지 않았다.

두 번, 세 번 나를 하늘로 띄웠다.


멀어져 가는 바닥만 바라보던 나는,

가까워 가는 바닥에 눈을 질끈 감던 나는.

어느새, 떠오르는 순간에

감은 눈을 살포시 뜬 채

작은 새가 되어 푸른 하늘을 느끼게 되었다.


너와 함께 있는 순간은

함수 그래프처럼 오르락내리락,

작은 시소 같았다.


나의 그림자가 옅어진 이유는

네가 나에게 걸어 둔 마법 덕분이다.


나도 너에게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네가 나에게 푸른 하늘을 알려 주었듯,

나도 너에게 파란 바다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너와 내가

조금 더 오래 같은 공간을 나눈다면,

조금 더 길게 둘의 시간을 나눈다면,

너는 나의 그림자를 푸른 색으로 메울 것이고

나는 너의 눈동자를 파란 바다로 채울 것이다.


세상은 다양한 가능성의 놀이터,

우리는 같은 선상의 동반자.

검은색이 옅어져 푸른빛이 되듯

푸른색이 맑아져 하얀빛이 되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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