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는 뚜벅뚜벅_미리 다녀온 하늘공원 억새축제

가을이다아

by Peach못한

2025 억새축제는 2025년 10월 18일부터 2025년 10월 24일까지.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던 나는, 하루 전날인 10월 17일 오후 시간에 상암동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이야, 하늘공원

6호선 월드컵 경기장 1번 출구에서 나들이 스타뜨.


정말 오랜만이다, 여기.

덕분에 방향을 살짝 헤매었는데, 우측에 있는 사진의 산 중턱, 다소 새카만 부분 - 저곳이 바로 계단이다.

두 발을 천천히 옮겨 걸어가며 하늘공원에 도착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들 맹꽁이열차를 이용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맹꽁이 열차는 주차장에서 픽업하여 하늘공원까지 전히 옮겨 주는 데다가 가격도 나름 저렴하다 : 성인 왕복 3,000 원돈.


다만 대기줄 좀 많이 길다.

하지만 맹꽁이씨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올라가는 기분은 꽤나 상쾌할 것 같기는 하다.


나의 경우는, 항마력이 살짝 부족하여 무조건 계단.

요즘 많이 걷다 보니 예전보다 살짝 건강해진 걸까 - 계단을 오르는 것이 전보다 힘들진 않다.

물론 무서운 것과는 별개는 게 문제.

나이를 그렇게 먹고도 여전히 계단은 무섭다.


10여 년 전에도 여기서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이 날도 처음인 양 한 컷.

이제는 정확한 년도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오래 은 기억이다.


이 부근에는 공원이 여러 곳 있는데, 사실 하늘공원 외에는 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꼭 가 봐야 한다는 메타세쿼이아길조차도 걸어본 적이 없으니.

정말 철저하게, 축제 기간에만 방문하여 억새만 힐끔 보고 갔던 과거의 나... 반성해.


서울 억새축제는 벌써 24회를 맞이하였다.

제목이 '억새, 빛으로 물들다'인 만큼, 무언가 알록달록한 것이 있겠거니 - 살짝 기대가 되었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른 나와, 그렇지 못한 운동 기록의 아이러니한 조화.


남는 게 사진이라, 요런 것도 한 컷 찍어 본다.

이래 뵈어도 나름 길게 줄을 선 뒤에 었다.

다들 여기서 셀카를 찍으시더라.


'아, 나도 한 번...'


음.

얄쌍한 조형물과 넙데데한 얼굴의 조합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로 지워 버렸다.


얼굴이 무난하게 생겨 그간 편안히 살아왔지만, 너무 편했던 탓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느 각도가 이쁜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결과물을 보면 내 얼굴은 정말이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얼굴이다.

하지만 예뻐지고픈 욕구는 딱히 없기에, 애초에 사진을 찍으며 어플도 쓰지 않는다.

고로, 말할 내용 없을 무.

내 사진이 그 모양인 건 오롯이 내 탓.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려 하니, 둥글한 것들이 눈에 띈다.

'분명 본 적이 있는데, 어느 게임에서 봤더라...'


이 생각이 기묘했다는 것은, 자리를 벗어난 한참 후에 알았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억새를 탈탈 털면 오돌한 쌀알들이 한가득 털려 나올 것만 같지 않은가?


하늘공원 억새밭은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지만, 사실 조형물이 없어도 모든 곳이 훌륭한 포토존이다.

이 부근에서 외국인 포함, 다섯 팀의 사진을 찍어 드렸다.

한 팀이 조심스레 사진을 요청하여 찍어 드리고 나면 그 뒤로 바로 여러 팀이 기다렸다는 듯 요청을 한다.


약간의 tmi이지만, 나는 사람들이 내게 핸드폰을 내밀며 사진을 요청하는 순간이 참 좋다.

나에게는 이렇게 들리기 때문이다 :

'내 개인 정보가 가득 담긴 나의 핸드폰을, 당신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어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그 폰을 건네는 그 순간, 내가 그대로 들고 튄 다음 귀신같이 전재산을 빼돌리고 기기마저 팔아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런 위험이 다분한(?) 나에게 아무 부담 없이 자신의 폰을 건넨다 - 이 얼마나 신뢰 가득한 마음이란 말인가.

물론 엄청난 타짜 스킬이 필요하겠지.

어쩌면 '당신은 그 정도로 대범한 일을 하기엔 간덩이가 크지 않아 보여요.'의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해석은 귀에 거느냐 코에 거느냐에 따라 다른 거겠지만, 여하튼 나는 고마운 마음을 한가득 품은 채로 그들의 사진을 참 정성스레 찍어준다.

한 컷만 찍어 달라고 해도, 무릎까지 꿇고 앉아 다섯 컷은 찍어 준다.

... 건 좀 과한가, 흠흠.


한참 포토타임을 마친 후, 다양한 조형물 구경도 하고 인상적이었던 둥근 작품도 찍어 본다.

몇몇 분은 이 구조물 안에 들어가 팝아트적인 사진도 찍으시던데, 작가의 의도가 맞겠지?


팔락 팔락 돌아가는 발전소 날개도 찍어 보자.


내친김에 메타세쿼이아 길도 걸어 보기 위해, 계단이 아닌 다른 내리막 길로 향했다.



처음이야, 시인의 거리


하늘공원 계단을 오를 때부터 묘하게 빗방울이 정수리로 떨어진다 싶었는데, 머리를 간질이는 차가운 것들이 조금 더 늘었다.


메타세쿼이아길에는 시인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기도 한데.

메타세쿼이아길은 왼쪽일까 오른쪽일까 괜한 고민.


결국, 조금 더 빼곡하고 아늑해 보이는 이 길을 택했다.


꽃무릇은 이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희멀건한 밧줄들만이 그 라인을 지키고 있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랑은 좀 르긴 해.'

얼마 전 국내 여행지 검색하다 들어간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이 아쉽게 변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았다.


한 바퀴 돌고 난 후 둘레길까지 걸어가고 싶었으나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급 철수.

지난번도, 이번도.

둘레길을 결심하면 빗방울이 굵어진다.


일주일간 열리는 24회 하늘공원 억새축제는, 다양한 라인업과 행사로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하늘공원 하면 가을 억새 아니겠는가.

상암동 하늘공원은 억새뿐 아니라 주변에 다양한 테마의 공원들도 있는 만큼, 산책 코스로 적합한 것 같다.


-라고, 홍릉수목원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적어 보는 후기를 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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