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라떼 한 잔_책과 함께 여유로이 보낸 오후 시간

지구는 무슨 맛일까

by Peach못한
어느 날의 외출


네이버 지도에는 주변에서 추천받은 커피 맛집을 따로 저장해 둔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현시점 기준 104곳, 그중 폐업한 곳은 3곳이 되네요.

요즘은 드립커피를 좋아하곤 하지만 - 가끔 달달한 라떼 종류가 마시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날은 크림 라떼가 몹시도 당겼던 날.


보통은 카페에 가면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겨 들고 가는 편입니다.

잠시 후의 내가, 거기 가서 뭘 하고 싶을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보통은 보조 배터리와 다이어리 두어 권, 펜, 책 한 권 정도를 챙겨 나갑니다.

글을 쓸 마음이 있을 때에는 충전기와 노트북.

이 날은 책 한 권과 샤프, 보조 배터리만 딱 챙겨 들고나갔어요.

즉, 비교적 할 것이 명확했던 날.

아.

비가 오던 날이라 우산도 하나 챙겼군요.


요즘 카페의 테이블은 다소 낮아요


커피를 주문한 후, 내부를 한 바퀴 빙 둘러보았습니다.

최대한 편한 자리를 찾고 싶었거든요.


요즘 카페는 대체로 테이블이 낮은 것 같아요.

어쩔 때는 의자보다 테이블 높이가 더 아래에 있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인테리어의 장점이 있어요.

테이블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층고가 높아 보여 덜 답답한 느낌을 주지요.

그리고 커피잔보다 맞은편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의 얼굴에 집중하게 되기도 하고요.

인스타 감성샷을 찍기에도 나름 편합니다, 일어서서 커피 샷을 찍지 않아도 되니까.


그리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척추 측만증과 일자목으로 고생 중인 저에게는 다소 불편하고.

그래서 슬픕니다.

또한, 앉은 채 짧은 다리를 꼬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진하고 달콤한 크림 라떼

어쨌거나 진하고 달달한 크림 라떼 한 잔.

쌉쌀한 커피 위에 쫀쫀한 크림, 그 위에 뿌려진 파우더.

아는 맛이지만 그래도 아는 맛이 무섭다고들 하죠.

가끔 이런 커피를 접하면 한동안 가만히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왠지 목성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목성은 부드러운 크림 라떼 맛입니다.

천왕성은 소다 맛.

금성의 표면을 가만 보고 있으면 크림브륄레가 생각나지요.

스푼으로 통통 두들기면 짝 하고 깨질 것 같은, 달콤한 설탕 표면 같은 금성.

그런데 지구를 보면 딱히 떠오르는 맛이 없네요.

지구에 살아서 그런 건가.

어떠한 환경 안에 갇혀 살다 보면, 갇혀 있는 본인은 그것에 대해 잘 모르곤 하잖아요.

외계인들이 떠올리는 지구는 무슨 맛일까요.


크림 라떼의 테두리에 묻은 파우더를 보면, 왠지 손 끝으로 가만 문질러 보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건 집에서나 해야죠.

손가락 대신 입술 끝을 가만히 가져다 대 봅니다.


어쩔 때는 쫀쫀한 크림이 탈출하려는 커피를 붙잡아 둘 때가 있어요.

달달한 크림을 어느 정도 먹어서 제거해야 쌉싸름한 달콤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를 휘저어 먹어도 되겠지만, 속에 잠들어 있던 분자들이 쓰나미를 겪고 경보가 울리고 할 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음. 상관없나.


커피를 놓은 채 책을 읽다 보니 크림의 거품이 살짝 사그라들어, 표면이 수성처럼 살짝 울룩불룩해져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메리카노는 수성을 닮았습니다.

대기층이라 할 만한 거품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수성의 경우 낮에는 최대 427도, 밤에는 -193도까지 기온이 극단적으로 변한다고 하지요.

머그잔을 쥐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가, 나중에는 아쉬울 만큼 차가워져 버리는 것이 아메리카노와 수성의 공통점이 아닐까 싶어요.


지구에 사는 사람이 목성을 맛보고 왔던 어느 날의 외출.

좋은 일탈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어떤 행성일까요.

보통은 냉각된 수성을 즐기시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저는 다음에 다른 글을 들고 찾아올게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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