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 생지를 구워 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겨울이라 그런가, 요즘은 기상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분명 새벽 2~3시에도 일어나고 그랬거든요.
요즘은 눈을 뜨면 아침 6시에서 7시 사이더군요.
침대에서 두어 시간 뒹굴 하다 일어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 버렸는데 요즘은 눈을 뜨면 7시라.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그 느낌은 싫은 탓에 - 자연히 아침 먹는 시간도 스리슬쩍 늦춰집니다.
아침에 습관처럼 하는 것,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종종 침대에 누운 채 브런치에 접속하여 새벽 동안 폭신히 쌓여 있는 여러 다양한 주제의 최신글들을 읽곤 해요.
브런치에는 감탄할 만한 표현력의 글을 풀어내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제가 글을 잘 쓴다 생각한 적은 없지만,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곤 하지요.
여하튼 브런치 글을 읽다 보니 오전 9시가 거의 다 되어버린 시간.
커피를 한 잔, 먼저 내려 줍니다.
이번에는 예전에 사둔 드립백을 뜯었어요.
어젯밤, 냉동 크루아상 생지를 냉장고에 넣어 두고 잠들었었어요.
20개에 1만 원가량 하는 냉동 생지는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빵 하나 사 먹으려면 3천 원 정도 하는데, 정말이지 가성비가 너무 좋지 않습니까.
그런데 해동 말고, 숙성도 별도로 시켜야 한다더군요.
알고 보니 제가 잠자는 동안 해 두었던 것은 해동의 과정.
숙성이라...
아침 6시에 눈 뜬 김에, 실온에 두어 시간 내버려두어 보았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침 샤워를 마친 후 에어프라이어에 크루아상을 넣어 구워 줍니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 어느새 집 안을 솔솔 채우는 옅은 버터 냄새.
'아, 좋다...'
좋았어요.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는요.
음.
초 특급 큐티 쁘띠 앙증맞은 크루아상 탄생.
내가 생각한 크기랑은 좀 다른데?
'오늘은 빵을 많이 먹고 싶은 날이니까 4개 구워서 그중 2개를 아침으로 먹어야지.'
였었는데, 사이즈를 보니 네 개를 다 먹어야 하게 생겼네요.
숙성뿐만 아니라 굽는 것도 시간이 조금 부족했었는지, 크루아상 안은 거의 녹은 생지 상태였습니다.
이런 걸 겉바속촉이라 하나요.
버림의 미학
있는 걸 잘 쓰자.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중얼거리고 있는 요즘.
사실 몇 년 간 묵힌 다이어리 꾸미기 재료들을, 며칠에 걸쳐 거의 처분하였습니다.
취미를 청산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아무리 봐도 안 쓸 것 같은 것들을 엄선하여 다 버렸어요.
그중에 쓸만하게 생긴 것들은 이렇게 잘라서 넣어 놓고.
배경지 중에서도 특정 그림만 마음에 드는, 그리고 나머지는 애매한 것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사각사각 가위질의 결과물.
하도 가위질을 하다 보니 손가락이 아파 그만두었는데, 덕분에 어젯밤 책상 겸 식탁을 치우지도 않고 잠들어 버렸거든요.
덕분에 심각히 어수선한 책상 위에서 즐기게 된 빵과 커피.
사실 이런 다꾸템을 제가 산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이가 쓰지 않는 것을 넘겨받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지요.
며칠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인도 쓰지 않아서 내게 준 것을, 왜 내가 아깝다며 끌어안고 있었을까.'
물론 버리는 순간에는 그마저도 아깝다는 생각이 가득했었지만,
쓰레기봉투가 채워져 가는 것을 보니 희한하게도 묘한 희열감에 둘러 싸이는 저를 발견했어요.
모든 것을 다 품고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요즘 그걸 많이 느껴요.
버리는 것이 있어야 한정된 공간에 여유가 생길 테고, 그래야 빈 공간에 무언가 새로운 게 들어오겠지요.
나의 삶도 똑같다고 느꼈습니다.
과감히 삭제할 것은 삭제하자.
있는 걸 잘 쓰려면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 지를 파악할 만큼, 철저하게 비워 보자.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새로이 채워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두 개의 크루아상도 과감히 버리기.
다음에는 조금 더 크고 퐁신한 크루아상을 뱃속에 채우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입니다.
이번 주 여러분들의 일상에서 후회를 비우고 만족감을 채우실 수 있게 되시기를
한 번 소심하게 소망해 봅니다.
저는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를 들고 찾아올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