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크리스마스이브

by Peach못한

작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겠다고 다이소에 가서 11월 말부터 난리를 쳤던 것 같은데.

12월 26일 되자마자 흥이 깨져 트리를 싹 철거하고 휴지통에 버렸고.

올해는 어쩌다 보니 아직 - 뭐가 딱히 없다.


작년에 트리에 사용했던 크리스마스 전구만 틀어 두었지만

어쨌거나 반짝이는 것이 존재하니 스러운 날.


보조 조리대 서랍, 틀어지는 경첩을 드라이버로 풀어서 다시 조여 주고

꺼 두었던 보일러도 처음 틀었다.


1년간 냉장고에 붙여 두었던 스케줄러를 빼 버렸는데,

일정을 체크하려 왼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관성이 남았다.

그 자리에 엽서를 여러 개 붙여 두었더니 뻘쭘함이 덜하다.

엽서의 그림 모양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왼쪽을 바라보는 건 그저 습관인 것 같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

보이는 데 두면 자주 넣게 될까 싶어 잔뜩 쟁여둔 인공눈물은 그저 관상용.

이미 다 알고 있는 스케줄이지만 괜히 달력 한 번 더 체크한다.


체감상 오후 2시쯤 된 것 같은데 아직 오전 11시도 되지 않은, 그래서 피로한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자의 부작용이다.


강박 내려놓기를 지키려 하는 중이다.

불안함에 살든 그냥 살든 누구나 하루는 24시간이다.

이것은 한 달 후의 나를 위한 여유.

설탕물에 들어가 축 늘어지고 싶다.

하얀 눈밭에 황홀히 서서, 온몸이 빨개져도 좋으니 눈에 파묻히고 싶다.


그대로 생크림 딸기 케이크가 되고 싶다.

그렇게 맞는 눈은 참 달달할 것이다.

나 홀로 딸기 토핑.

그 위로 슈가 파우더 솔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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