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일어나서 바로 밥을 먹진 않는 편이지만,
오늘따라 멍하니 누워 있다 보니 '아침은 떡볶이다'라는 필이 꽂히는 그런 날이었달까.
주섬주섬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떡볶이가 떠오른 이유는, 때마침 어제 장을 봐 두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어제 식재료 쇼핑에 12만 원을 썼다.
보통 한번 배송을 시키면 다음 배송까지 3주 걸릴 때도 있고 한 달 걸릴 때도 있는데, 이 쇼핑 주기는 달걀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1+1 하는 찰순대도 담아 보았고, 소시지도 담아 보았고, 날이 추우니까 1+1 하는 우동도 조금 샀다.
계란찜에 넣을 크래미도 샀다.
냉장고를 채우며, 꽉꽉 들어찬 냉장고 속의 순대가 조금 낑겨 보인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때마침 몇 알갱이 안 남은 냉장고 속 쌀떡도 구조의 대상이었다.
쌀떡에 순대, 소시지, 그리고 크래미.
아, 이거 너무 좋은 조합이다.
그리고 소시지는 너무 쪼곰 들었다 ^^;
소시지 개수에 비해 다소 거창한 도마를 꺼내어 칼 끝으로 개성 있게 칼집을 내 본다.
벌집 모양도 만들어 보고, 클래식한 주꾸미 모양도.
가스레인지에 냄비 하나와 프라이팬 하나를 올려 두었다.
냄비에다가 순대 퐁당.
15분 타이머 돌아갈 동안 떡볶이를 만들 예정이다.
물에다가 고추장, 고춧가루, 대파, 올리고당 살짝.
참치액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패스했다.
파를 잔뜩 넣었더니 어느 정도 감칠맛이 올라와서 더 많은 간은 안 해도 되겠기에 - 요대로 떡, 소시지, 크래미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묵도 좀 살 것을 그랬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치즈떡볶이였으므로, 그릇에 국물이 잘 배어 들어간 떡볶이를 담아 치즈를 얹은 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준다.
전자레인지가 치즈를 녹여내는 3분 동안에
나는 15분간 잘 쪄낸 순대를 썰어줄 것이다.
순대 꼬다리 부분이 섞여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왠지 아쉬웠다.
갓 쪄낸 순대는 아주 뜨거우므로, 집게로 순대를 잡은 후 칼로 듬성듬성 썰어 준다.
나는 요 순간마다 묘하게 한석봉 엄마에게 빙의하곤 한다.
대략 20분 만에 완성된 아침 식사.
치즈떡볶이에 순대, 그리고 탄산수 한 잔.
어째 물잔이 가장 커 보이지만 이것은 원근법 때문이고 사실 양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어묵 국물도 함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래도 배부르게 잘 먹은 아침 한 끼.
남은 떡볶이와 순대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아침 식사 일과가 끝난다.
49%였던 습도는, 뭐 한번 해 먹을 때마다 60%를 넘기곤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환기를 하고 제습기를 돌리는 것으로 다음 일과 시작.
가끔 사 먹는 것과 해 먹는 것 중 어느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지 고민을 할 때가 있다.
음식을 먹는 중에도 금방 질려 버리다 보니 사 먹는 음식은 거의 절반을 남기고 나온다.
그것은 확실히 돈이 아깝긴 하지만, 해 먹는 것 역시 식비를 무시할 순 없기에.
소분해 놓은 식재료는 더 비싸기도 하고.
그래서 장을 볼 때마다 나날이 라면의 비중이 높아져만 간다.
어쩔 수 없는가.